미국 독립전쟁[1775~1783년]이 18세기에 유럽의 중산계급에게 경종을 울린 것과 마찬가지로, 19세기에는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이 유럽의 노동자계급에게 경종을 울렸다. 영국에서는 변혁과정이 이미 뚜렷이 보인다.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그것은 응당 대륙으로 옮아올 것이다.  - {자본론} 제1판 서문, 비봉, 6쪽 


유럽의 노동자들은 남부 연합파 귀족에 대한 상류 계급의 광란적 지지에 경각심을 느끼기에 앞서, 노예 소유자들의 반란이 노동에 대한 소유의 전반적 십자군 원정에 대해 경종을 울릴 것이라는 사실과 노동하는 인간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 이외에 그들이 과거에 쟁취한 것들까지 바다 저편의 이 거대한 투쟁으로 말미암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즉각 깨달았습니다.  -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칼맑스 프리드리히엥겔스 저작선집 3}, 19쪽


 
그래서 '경종'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던 것. 유럽 노동자계급에게 미국 내전은 노예제노동이냐 자유노동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장기적 목표인 노동해방에 역사적으로 합당한 자유노동을 위해 싸워야 하는 전쟁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일본어판 자본론 1판 서문에서는 "출동 준비의 종"이라는, 경종보다 좀더 자극적인 표현을 썼나 보다. 자, 이제 나가서 싸우자, 출동이다!...

 

유럽의 노동자들은, 아메리카의 독립전쟁이 중간계급의 권력을 신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제친 것처럼, 아메리카의 노예제 반대 전쟁이 노동자계급의 권력을 신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제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의 신실하고 확고한 아들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쇠사슬에 묶여 있던 종족을 구해내기 위한, 그리고 사회 세계를 개조하기 위한 유례없는 투쟁을 통해 조국을 이끌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다가올 시대의 전조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19쪽


 
여기에서도 뚜렷이 제시되는 미국 독립전쟁의 의의. "노동자계급의 신실하고 확고한 아들"이라는 깨알 같은 표현. 마르크스다운 외교성 멘트. 


미국 혁명(1776)은 식민지 민중의 사유재산의 신성함과 영업의 자유에 대한 요구이기 때문에 순수한 부르주아 혁명처럼 보이지만, 원래 많은 식민지가 본국의 종교 통제를 피해 온 비교도(非敎徒) 이민에 기원을 갖고 있는 만큼 종교적 통제는 본국의 국교회보다 엄격했을 정도다. 게다가 흑인 노예와 선주민(인디언이라 불렸다)은 혁명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고, 남북전쟁(1861~65, 내전이라 불린다)으로 노예제도 자체는 폐지되었지만 차별은 여전히 남았다. 맑스는 『자본』에서 “18세기 미국의 독립전쟁이 유럽의 중간계급을 위해 경종을 울린 것처럼, 19세기 미국의 내전은 유럽의 노동자계급에 대해 출동준비의 종을 울렸다”라고 썼지만, 이를 시민혁명으로 평가한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앞의 인용문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그에게는 동시대의 내전으로서의 평가 쪽이 노동운동과의 관계에서 보더라도 중요했다. 엥겔스도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 영국의 사회혁명, 프랑스, 독일의 혁명을 언급하면서도 미국을 무시하고 있다. - "미국 혁명", {맑스사전}, 도서출판b, 275



맑스가 미국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1840년대~50년대 이후였다. 그는 1820년대의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세운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보호관세론을 비판하고, 자유무역이 수행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연대에 미치는 의의를 평가한 것만이 아니다. 1840년대의 불황기에 '서부'에서 새로운 토지를 찾는 '동부'의 노동자나 이민 운동에 공감하고 그들의 '흑토 분할'론을 지지했다. 바로 그 후의 운동은 남북전쟁 시기에 '자영농지법'으로서 열매를 맺었던 것이다. 1850년대의 미국은 크리미아 전쟁시기(1853~56)의 곡물 수출의 증대, 철도 건설의 진전, 자유은행제도(free banking system)의 확충에 의해 '번영'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 시대의 최대의 정치 · 경제 문제는 할양한 광대한 영토를 '자유로운 노동의 토지'로 할 것인지, '노예제의 육성지'로 할 것인지를 둘러싼 지역(section) 간 이해투쟁이었다. 그리고 남북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남북전쟁으로부터의 재건기, 노예제가 폐지된 합중국에서 공화당의 주도로 통일적 국민국가 · 국민경제 구축을 위한 강력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1880년대는 미증유의 성장기가 되었다. - "독립혁명과 해밀턴 공업화 정책", {맑스사전}, 162~63

 
 

맑스는 남북전쟁의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노예제를 지니는 남부의 주들이 분리=독립하는 단기적 · 현실적 가능성은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북부 산업자본 · 자유를 주장하는 주들이 남부의 노예제 과두세력에게 승리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중략) 맑스에 의하면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은 미국 남북전쟁의 시대에 중핵의 대공업에서의 '간접적 노예제'(자유 임금노동)와 '직접적 노예제'(부자유 노동)의 접합구조 위에 존립했다. 맑스의 역사이론은 인류가 이 두 가지의 자유롭지 못한 노동 시스템에서 해방될 것을 전망한다. 사람들의 직접적 노예제로부터의 해방 없이 간접적 노예제로부터의 해방은 없는 것이다.   - "노예제에 대한 맑스의 문제의식", {맑스사전}, 90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에 대한 참가는 미국에서의 망명자들에게 다시금 1848년 혁명의 정열을 불러 일깨웠다. 그것이 1850년대에 계속되고 있던 유럽의 번영과 보수화에 대한 커다란 타격이 되고, 그 충격이 유럽의 반동을 몰아내리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 "뉴욕의 독일인 콜로니", {맑스사전}, 146~47


 
선생님 덕분에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848년 유럽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상당수의 사회주의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그들은 거기에서 유럽에서 못다 이룬 혁명을 실현하려고 했다." 바다를 건너서 또 혁명을 하러 갔단 말이냐,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 그래서 위의 인용 "미국에서의 망명자들에게 다시금 1848년 혁명의 정열을 불러 일깨웠다"는 말이 나왔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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