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우선 저런 짐승에 대항하려면,
네 가지 주문(呪文)이 필요하리라.
살라만더여, 불타올라라,
운디네여, 굽이쳐라,
질페여, 사라져라,
코볼트여, 수고하라
이 사대원(四大元)을,
그 위력과
그 성질을
알지 못하는 자,
정령을 다스릴 만한
위인이 되지 못하리라.
불꽃 속으로 사라져라,
살라만더여!
한데 모여 솨솨 흘러내려라,
운디네여!
유성(流星)처럼 아름답게 빛나라,
질페여!
집안일을 돌보아라,
인쿠부스! 인쿠부스여!
나타나서 끝을 맺어라.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이 짐승 속에 박혀 있지 않구나.
저놈은 아주 침착히 누워서 나를 노려보는구나.
아직 놈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못했도다.
네놈, 들어보라,
보다 강력한 주문을 들려주마.
너 이놈, 네놈은
지옥에서 도망친 놈이렷다?
그럼 이 부적을 보라!
이 앞에선 암흑의 마귀들도,
머리를 굽히고 마느니라!
놈은 벌써 까칠까칠한 머리털을 곤두세우며 부풀어오르는구나.
이 저주받을 놈아!
너 이것을 읽을 수 있겠느냐?
그분은 한 번도 싹튼 일이 없으며,
말로써 이야기된 적도 없고,
온 하늘에 가득 흘러넘치고,
참혹하게 못 박힌 분이시다.
난로 뒤에 갇힌 채,
놈은 코끼리처럼 부풀어올라,
온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안개가 되어 흩어지려 하는구나.
천장으로 올라가지는 마라!
이 스승의 발 아래 꿇어앉아라!
내가 공연히 위협하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
나, 신성한 불길로 네놈을 지져주리라!
세 겹으로 타오르는 불길을
기대하진 마라!
내 술법(術法) 중 가장 강한 것을
기대하지도 마라!
메피스토펠레스 (안개가 아래로 걷히면서, 여행하는 학생과 같은
옷차림을 한 메피스토펠레스가 난로 뒤에서 걸어나온다.)
왜 이리 시끄럽지요? 무슨 분부라도 있사옵니까?
파우스트
그러니까 이것이 삽살개의 정체란 말이로구나!
여행하는 학생이라? 이것 참 날 웃기는구나.
메피스토펠레스
학식 높으신 선생께 인사 올립니다!
당신은 내게 어지간히도 땀을 흘리게 했소이다.
파우스트
네 이름이 무엇인가?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질문은 시시하군요.
말이란 것을 그다지도 몹시 경멸하시고,
일체의 가상(假象)도 멀리하신 채,
오직 심오한 본질만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이외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1}, 이인웅 옮김, 문학동네, pp.8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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