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제10장 노동일"에 1846~47년 곡물법 폐지와 10시간 노동법 통과 등 영국 경제사의 주요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당시 곡물법 폐지 문제를 놓고는 노동자들과 자유무역주의자(자본가)가 토지소유자(보호무역주의)에 대립했으며, 10시간 노동법을 놓고는 노동자들과 토지소유자가 연합해 자유무역주의자들과 대립했다. 적과의 연합, 적의 적과의 연합... "(98) 1840년대 영국에서의 오월동주"를 읽고, 자본론 말고도 이 문제에 대해 마르크스가 언급한 글 「자유무역 문제에 대한 연설」(1848. 1. 9)이 있다는 걸 알고 읽어보았다. 


  그들[공장주들]은 한편으로는 공장 규칙에 의해 가장 인색한 방식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곡물법 동맹의 도움으로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최대의 희생을 무릅쓰기도 합니다.

  [...] 한 집회에서 어느 노동자가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 

  만약 토지 소유자들이 우리의 뼈를 판다면 당신네 공장주들은 맨 먼저 그 뼈를 사서 증기 제분기에 던져 넣고 밀가루를 만들려 할 것이다.

  영국 노동자들은 토지 소유자들과 산업 자본가들 사이의 투쟁의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산업 자본가들이] 빵 가격을 하락시키려 하는 것은 임금을 하락시키기 위함이라는 것, 그리고 지대가 감소하면 산업 이윤이 그만큼 증가하리라는 것을 노동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영국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자유무역론자들의 현혹과 기만에 속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에게 깨우쳐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토지 소유자들에 대항하여 자유무역론자들과 연합했던 것은 봉건제의 마지막 전제들을 일소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오직 하나의 적만을 상대할 수 있기 위해서였습니다. 노동자들의 계산은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토지 소유자들은 공장주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제휴를 맺고 10시간 노동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노동자들이 30년 동안이나 요구하였으나 소용없었던 것인데 곡물 관세 폐지 후에 즉각 통과되었습니다.

- 이하 마르크스, 「자유무역 문제에 대한 연설」,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1』(박종철출판사), pp.349~59 곳곳에서 인용.


"빵 가격을 하락시키려 하는 것은 임금을 하락시키기 위함"이었고 이것이 곡물법 폐지 운동의 목표였다. 당시 브라이트와 코브던을 대표로 하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내건 당근이 "빵의 크기(임금)가 2배"가 된다는 것이었다. 영국으로의 곡물 수입을 방해하는 토지소유자들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곡물법 반대동맹은 곡물법이 폐지되면 곡물 값이 싸져서 빵 크기가 두 배가 된다고 노동자에게 약속했다.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임금의 하락이었다. 이 거짓말쟁이들에 대해 마르크스는  위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위선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싼 빵을 맛보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게다가 공장주들의 갑작스러운 박애를,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일을 12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시키려고 했던 10시간 노동법에 대항하여 극력 투쟁하던 그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박애를 어떻게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자본의 성장이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설명하는 부분은 자본론 "제15장 기계와 대공업"과도 관련이 있다. 자본가는 임금을 싸게 하기 위해(또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기계를 도입하며, 기계제의 결과 숙련노동자/성인노동은 비숙련노동자/여성 · 아동노동으로 대체되고 임금이 내려가면서 상대적 잉여가치는 늘어난다. 


[...] 자본이 성장할 경우에 노동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그는 사멸할 것입니다. 생산적 자본의 성장은 자본의 축적과 집중을 의미합니다. 자본의 집중은 분업의 증대와 기계 사용의 증대를 초래합니다. 분업의 증대는 노동의 특수 기능, 노동자의 특수 기능을 파괴하고, 이 특수 기능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으로 대체함으로써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증대시킵니다. 


이 글에서 마르크스는 자유무역이란 한마디로 "자본의 자유"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본의 전진을 구속하는" 질곡을 제거했을 때 그 결과 "두 계급 간의 대립은 한층 더 뚜렷해"지는 것이다. 


  곡물법도, 관세도, 입시세(入市稅)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요컨대 노동자가 그의 비참한 상태의 원인이라고 하여 아직은 탓할 수 있는 모든 우연적 사정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잠시 가정해 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노동자의 진정한 적을 가리고 있던 그만큼 많은 베일들을 찢어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노동자는 자유롭게 된 자본도 관세의 구속을 받던 자본 못지않게 자신을 노예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결론에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자유무역에 찬성한다면 오로지 그것이 "사회 혁명을 촉진"한다는 혁명적 의미에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말하여 오늘날 보호무역 제도는 보수적인 반면, 자유무역 제도는 파괴적입니다. 자유무역 제도는 오래된 국민성을 해소하고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적대를 극단까지 밀고 나가게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상업 자유의 제도는 사회 혁명을 촉진시킵니다. 여러분, 오직 이러한 혁명적 의미에서만 저는 자유무역에 찬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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