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축적과 그에 수반하는 집적*의 진행에서 가변자본 부분의 상대적 감소

(ㅂ판: 축적과 그에 수반하는 집적[集積: concentration]의 진행과정에서 가변자본부분의 상대적 감소가 발생한다)


* 지금까지의 장(章)들에서는 모두 ‘집중’(集中)이라 번역한 Konzentration은 프랑스어판과 독일어 제3판 이후의 Zentralisation(자본의 ‘집중’)의 새로운 개념 규정과 구별하여 이하의 장에서는 ‘집적’(集積)이라 번역한다. 또 이 절의 제목은 프랑스어판에서는 “축적의 진행에서 자본구성의 계기적 변화, 그리고 노동력과 교환되는 자본부분의 상대적 감소”로 고쳐져 있다.



지금까지는 자본 축적과정 중에서 “자본의 기술적 구성이 불변인 상태에서 자본의 증대가 일어나는 국면”만을 살펴보았지만 축적과정은 이 국면을 넘어서 진행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나타난다. 그러고 보니 이 절에는 집적, 집중, 신용제도 등 중요한 개념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듯...


노동의 사회적 생산성은 한 사람의 노동자가 주어진 시간에 동일한 강도의 노동력을 가지고 생산물로 전환시킨 생산수단의 상대적인 크기로 표현된다. (…) 이때 이 생산수단은 이중의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 생산수단의 증대는 노동생산성 증대의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 생산수단의 증대는 또한 노동생산성의 조건이기도 하다. (ㄱ판, 849; M650)


어떤 생산수단의 증대는 노동생산성이 증대한 결과이고, 또 어떤 생산수단의 증대는 노동생산성이 증대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 건물 ․ 용광로 ․ 운송수단 등으로 집적된 생산수단도 마찬가지다.* (ㅂ판, 850)


* 프랑스어판에서는 이하 부분에, 퍼들법이라는 제철기술의 혁명에 관한 기술(記述)이 네 단락에 걸쳐 꽤 길게 보충 삽입되어 있다. 


ㄱ판의 “노동생산성의 조건”은 “노동생산성 증대의 조건”으로 고쳐야 한다. 생산수단의 증대는 노동생산성 증대의 조건이자 결과다. 예를 들어 기계의 사용(생산수단의 증대)으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원료가 만들어지고 노동과정에 투입될 수 있다(노동생산성 증대). 건물, 용광로(ㄱ판의 “거대한 화로”는 이상한 번역) 같은 생산수단은 노동생산성 증대에 필요한 조건이다. 이러한 노동생산성 증대는 생산수단의 양에 비해 노동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ㄱ판에는 “노동과정의 객관적 요소들에 비례하여 주관적 요소의 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고 ㅂ판과 일판은 ‘객관적/주관적’ 대신 ‘객체적/주체적’이라 썼다. '객체'는 작용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객관'은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표준국어대사전) 것이므로, 문맥상 노동과정의 대상이 되는 생산수단은 객관적 요소보다는 객체적 요소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불변자본 부분에 대한 가변자본 부분의 감소[즉 자본의 가치구성의 변화]는 자본의 소재적 성분 구성의 변동*을 단지 비슷하게만 보여준다. (ㄱ판, 850; M651)


* 프랑스어판에는 “자본의 기술적 구성”.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은 대규모의 협업을 전제로 한다. (…) 상품생산 아래에서는 생산수단이 사적 소유이며, 따라서 육체노동자(Handarbeiter)는 혼자서 자립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거나 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는데[자기 경영을 위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할 때], 이런 상품생산의 기초 위에서는 위의 전제는 오로지 개별 자본의 증대에 의해서만 (…) 실현된다. *상품생산이라는 토대는 자본주의적 형태를 통해서만 대규모 생산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상품생산자의 수중에 어느 정도의 자본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특수한 전제를 이룬다. (…) 이것을 본원적 축적(ursprüngliche Akkumul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특수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역사적 결과가 아니라 그 역사적 기초이기 때문이다. (ㄱ판, 851; M652)


* 여기서부터 “그것이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확인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까지는 프랑스어판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이렇게 어느 일정한 선행적 축적 - 그 기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검토할 것이다 - 이, 근대 산업의, 즉 독자적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또는 본래적 자본주의적 생산이라고 우리가 이름 붙인 사회적 결합과 기술적 공정의 이 총체의 출발점이 된다.” 


역어가 조금씩 다 다르다. Handarbeiter는 손세공인, 수공노동자, 장인 등의 뜻이 있는데, ㅂ판은 이를 “수공업자”라고 옮겼다. 본원적 축적 또한 ㅂ판에서는 “시초축적”(始初蓄積)이다. “특수한”은 일판에서 “독자적”, ㅂ판에서 “진정한”이다. 이후에도 계속 그렇게 쓰이고 있다.


“특수한”(spezifisch)은 영어판에서는 모두 specific(또는 specifically)인데,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 경우 굳이 ‘특수(特殊)한’이나 ‘진정한’보다는 ‘고유한’ 정도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유한’도 사실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통 ‘특수’라고 하면 ‘보편’과 쌍을 이루는 말이기도 하고, “특별히 다름” “어떤 종류 전체에 걸치지 아니하고 부분에 한정됨. 또는 그런 것” “뛰어남” 등을 뜻한다. specific은 "특정한, 구체적인, 특수한, 명확한" 등을 뜻하는데, “진정한”이라 하면 ‘참되고 올바른’을 떠올리기 쉽다. 본원적 축적은 “특수한/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역사적 기초”라는 것이고, 이는 다름 아닌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 고유의 특징이라는 의미로 읽어도 된다면... 그냥 해본 생각이다.


*개별 자본은 모두 생산수단의 크고 작은 집적으로 이루어지며, 그에 상응하여 크고 작은 노동자군(軍)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다. (ㄱ판, 852; M653)


* 이 단락과 다음 단락의 “축적”과 “집중”에 관한 기술은 프랑스어판에는 6개의 단락으로 재구성되어 문장도 모두 바뀌었다.     


수많은 개별 자본으로 사회적 총자본의 분열 또는 그 단편들의 상호배척은 그들 사이의 흡수에 의해 상쇄된다. 자본들의 흡수는 생산수단과 노동지휘의 단순한 집적[축적과 동일한 의미의 집적]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형성된 자본들의 집적이며, 그 개별적 독립성의 파괴이며,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수탈이며, 다수의 소자본을 소수의 대자본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 이것은 축적 및 집적과 구별되는 진정한 집중*(集中: centralisation)이다. (ㅂ판, 854; M654)


* 프랑스어판에서 “집중”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 “사회적 자본의 다수의 개별 자본으로의 분할, 또는 그 구성 부분들의 반발의 운동은, 경제적 진전의 어느 일정한 시점에, 그것들의 상호 흡인이라는 역(逆)운동에 의해 방해받게 된다. 이는 이미 축적과 혼동되는 집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다. 즉 축적 및 집적의 다양한 축점(軸点)을 모으는 흡인, 이미 형성되어 있는 총자본의 집적, 다수의 자본의 소수의 자본으로의 합병, 한마디로 본래의 집중이다.”


자본 집중(集中)의 법칙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ㄱ판은 이 부분 마지막 문장을 “이것은 바로 축적 또는 집적(Konzentration)과 구별되는 집중(Zentralisation)이다”(Es ist die eigentliche Zentralisation im Unterschied zur Akkumulation und Konzentration)라고 했는데, 원문의  “eigentliche Zentralisation”은 ‘본래의/고유한/진정한 집중’으로 옮기는 게 의미상 더 명확하다고 본다. 일판에서도 “본래적 집중”이다. 


경쟁은 늘 다수의 소자본가가 몰락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들의 자본은 일부는 승리자의 손으로 넘어가고 일부는 파멸한다. 그밖에 다시 자본주의적 생산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힘, 즉 신용제도(Kreditwesen)가 형성된다. *신용제도는 처음에는 축적의 겸손한 보조자로 슬그머니 들어와서 사회의 표면에 분산되어 있는 크고 작은 양의 화폐수단을 개별 자본가[또는 결합 자본가]의 손에 보이지 않는 실로 끌어들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에서 새로운 가공할 무기로 변신하며, 그 결과 각종 자본의 집중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메커니즘으로 전화한다. (ㄱ판, 854; M655)


* 여기부터 다음 본문의 다섯 단락 끝까지의 문장은 프랑스어판에 의거하여 엥겔스에 의해 제4판에서 고쳐 쓰였다. 


다음 문단, 번역이 좀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 


자본주의적 생산과 축적이 발전함에 따라 그에 비례하여 두 개의 가장 강력한 집중의 지렛대, 즉 경쟁과 신용이 발전한다. 이와 병행해서 축적의 진전은 자본집중의 소재[즉 개별 자본]를 증가시키는 반면, 자본주의적 생산의 확대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욕망을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의 선행적 집중이 있어야만 실현될 수 있는 강력한 공업기업의 기술적 수단을 만들어낸다. (ㄱ판, 854; M655).


자본주의적 생산과 축적의 발전에 비례해 집중의 가장 강력한 두 지렛대인 경쟁과 신용도 발전한다. 이와 더불어 축적의 진전은 집중될 소재 즉 개별 자본을 증대시킨다. 동시에 자본주의적 생산의 확대는 한편으로는 거대한 사업[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선행된 자본집중이 필요하다]에 대한 사회적 욕망을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에 필요한 기술적 수단을 만들어낸다. (ㅂ판, 855).

 

자본주의적 생산과 축적이 발전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집중의 매우 강력한 두 개의 지렛대인 경쟁과 신용이 발전한다. 그와 나란히, 축적의 진행이, 집중될 수 있는 소재 즉 개별 자본들을 증가시키고, 그와 동시에, 자본주의적 생산의 확대가, 한편으로는 사회적 욕구를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의 선행적 집중과 결합하여 실현되는 거대한 산업적 기업의 기술적 수단을 만들어낸다. (일판)


At the same time the progress of accumulation increases the material amenable to centralization, i.e. the individual capitals, while the expansion of capitalist production creates, on the one hand, the social need, and on the other hand, the technical means, for those immense industrial undertakings which require a previous centralization of capital for their accomplishment. (BF) 


전에도 그랬지만 일판은 여전히 Bedürfnis를 “욕망”이 아닌 “욕구”로 쓰며, 문장 구성으로는 ㄱ판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거대한 사업에 대한 사회적 욕망”과 “(거대한 사업에 필요한) 기술적 수단”이라고 옮긴 영어판처럼, 자본주의적 생산의 확대가 거대한 사업을 요구하는 사회적 욕망을 만들고 또 그것에 필요한 기술적 수단을 만든다고 볼 것이냐. 아니면 ㄱ판과 일판처럼 “사회적 욕망/욕구”를 굳이 거대한 사업과 관련짓지 않고 볼 것이냐. 자본주의적 생산이 확대되면 거대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회적 욕망/욕구가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굳이 거대한 사업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적 생산이 확대될수록 사회적 욕구 자체가(거대한 사업이건 작은 사업이건 간에) 늘어나는 것 역시 당연하지 않을까...   


집적과 집중의 차이. 집적은 확대재생산과 같고, 집중은 기존 자본들의 분배를 변화시킴으로써 발생한다. 개별 자본들이 단일한 자본으로 합병되면 집중은 극한에 이른다. 


축적(…)은 집중(…)에 비해 분명히 매우 느린 과정이다. 약간의 개별 자본들이 축적에 의해 증대되어 철도 부설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면 세계에는 아직도 철도가 없을 것이다. (…) 집중은 이와 같이 축적의 작용을 강화하고 촉진함과 동시에, 자본의 기술적 구성의 변혁(…)을 확대하고 촉진한다. (ㅂ판, 857; M656) 


마지막으로 간단한 것 하나만 수정하고 마무리하자.


더 많은 기계와 원료를 움직이는 데 더 적은 노동으로 충분하게 된다. 이로부터 필연적으로 초래되는 노동에 대한 수요의 절대적 감소는, 이 갱신과정을 통과하는 자본이 집중노동에 의해 이미 집중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분명히 그만큼 더 심하게 된다. (ㅂ판, 858; M657)


영어판 원문을 보면 “movement towards centralization”(BF) 또는 “centralisation movement”(MIA)이다. “집중운동”(ㄱ판은 “집중”)에 의해 이미 “집적되어“로 쓰는 게 적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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