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카를 마르크스와 세계 문학>을 쓴 프라워 교수는 이 450페이지 분량의 책 전체를 마르크스가 인용한 문학작품 분석에 집중했다. <자본론> 제1권만 보더라도, <성서>, 셰익스피어, 괴테, 밀턴, 볼테르, 호메로스, 발자크, 단테, 실러, 소포클레스, 플라톤, 투키디데스, 크세노폰, 디포, 세르반테스, 드라이든, 하이네, 베르길리우스, 유베날리스, 호라티우스, 토머스 모어, 새뮤얼 버틀러를 비롯해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같은 공포물,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독일어 싸구려 소설, 영어로 된 연애소설, 민요, 노래, 광고용 노래, 멜로드라마, 익살극, 신화, 속담 등 그 인용한 작품과 내용, 장르는 엄청나다.


그렇다면 <자본론> 자체의 문학적 위상은 어떠할까? 마르크스 자신도 단지 남의 뒤만 쫓아 인용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저서가 중고품 정도의 가치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자본론> 제1권에서 이러저러한 경제학자들에 대해 조소를 보냈다. "이 경제학자들은 문학과 역사에 대해 잔뜩 늘어놓고 꽤나 잘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거나 또는 별로 주제와 관련도 없는 자료들을 이렇게 저렇게 끌어모아 섞어놓고는, 자신들의 과학적 입증능력이 없는 것을 숨긴다. 어디 그뿐인가?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학자연하는 지식을 과시하면서, 그 자신들도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들에 대해 남들에게 가르쳐야만 하는 매우 기괴한 상황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이를 은폐하곤 한다." (……) <자본론>을 하나의 문학적 성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자본론>을 읽어보면, 여기에는 노동가치 이론 또는 이윤결정 이론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과 관련한 무수한 텍스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엥겔스에게 보낸 여러 편지들에서 이미 내세웠던 바처럼 <자본론>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그가 써낸 것이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 심각하게 주의를 기울인 비평가들은 극히 소수이다. 


(……)


자본주의의 혼란스러운 논리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저작은 역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 역설은 지난 140년 동안 대부분의 학자들이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이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1940년에 <핀란드 역으로: 역사를 쓴 사람들, 역사를 실천한 사람들에 관한 탐구(To the Finland Station: a study in the writing and acting of history)>를 쓴 에드먼드 윌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춤을 추는 것만 같은 상품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치에 대한 마르크스의 추상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역설에 있다고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이렇게 추상화된 개념은,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이 현실에서 만들어낸 비극, 그리고 추함(이는 이미 기록으로 암울하게 잘 드러나 있는 현실이다)과 대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먼드 윌슨은 <자본론>을 고전경제학에 대한 일종의 풍자와 해학이라고 평가하고, "우리가 일단 <자본론>을 읽고 나면 전통적인 경제학은 다시는 과거와 동일한 모습으로 인식되지 않게 된다. 우리는 그 순간부터 언제나, <자본론>에서 논란되었던 논리와 수치 등을 통해 인간관계의 냉혹한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인간이 타자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할 때 그 타자에게 가하는 고통에 대해 얼마나 한없이 무신경하거나 망각할 수 있는지에 관해, 마르크스만큼이나 치열한 심리학적 통찰력을 가진 이가 있을까 싶다고 말한다. "이 문제를 다루는 데에서 카를 마르크스는 풍자의 대가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조너선 스위프트 이래 분명 최고의 풍자작가이며, 그와 가장 많은 공통점을 지녔다"고 언급한다. 




- 프랜시스 윈, <자본론 이펙트>(김민웅 옮김, 세종서적), 127-130쪽 





몇 년째 헤어나지 못하는 것, 어쩌면 이런 점도 하나의 이유인지 모르겠다. 옛날부터 난 풍자작가라면 대부분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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