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교환과정*

(ㅂ판: 제2장 교환과정)


* 초판에는 “상품의 교환과정”, 프랑스어판에는 “교환에 대하여”로 되어 있다.

 


상품의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부터 시작하여 노동의 이중성(추상노동과 구체노동), 가치형태에서 화폐형태로, 마지막으로 상품의 물신성까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제1장 상품을 겨우 읽어냈다. 제2장에서는 교환과정의 관점에서 화폐의 출현을 다룬다. 1장에서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을 이야기했는데, 상품의 교환과정에서도 사용가치는 가치를, 가치는 사용가치를 전제로 한다는 상품의 모순이 드러난다. 


상품은 혼자 힘으로는 시장에 나갈 수도 없고 또 스스로를 교환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의 보호자인 상품소유자를 찾아내야만 한다. 상품은 물적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의 뜻을 거스를 힘이 없다. 만일 상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인간은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상품을 손아귀에 넣어버릴 수 있다.37) (ㄱ판, 149; M99)


* 괴테의 이야기시 「마왕」 제26행을 바꾸어 쓴 것.  

 

어떻게 바꾸어 썼는지 원문들을 비교해 보자. 

“Wenn sie nicht willig, kann er Gewalt brauchen” (MEW)

"Und bist du nicht willig, so brauch’ ich Gewalt" 「마왕」(원문은 여기). 


ㄱ판에서 “물적 존재”는 대체로 그냥 ‘물건’이라고 고쳐서 보면 된다. 각주 37(ㅂ판은 각주 1)에는 “12세기에는 이들 상품 가운데 종종 매우 연약한 물건이 들어 있기도 하였다”면서 ‘윤락녀’(みだらな遊び女: 난잡한 창녀)*도 상품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ㄱ판은 “연약한 물건”이라고 했고 ㅂ판은 “미묘한 것들”(delicate things)이라고 했는데, 일판은 “弱いもの”(약한 것)이다. 원어는 zarte, 즉 ‘부드러운, 가냘픈’. ㅂ판의 ‘미묘한’은 좀 어색하다.  

* 파리의 기요의 풍자시 「랑디 이야기」에서. 랑디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시장이 열렸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사적 소유자로 인정해야 한다. 계약의 형식을 취하는 이 법적 관계는 [합법적으로 발달한 것이든 아니든] 경제적 관계를 반영하는 두 의지 사이의 관계다. 이 법적 관계[또는 의지 관계]의 내용은 경제적 관계 그 자체에 의해 주어지고 있다.2) 사람들은 여기에서 다만 상품의 대표자, 따라서 소유자로서 존재할 뿐이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일반적으로 경제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경제적 관계들의 인격화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은 이 경제적 관계들의 담지자로 서로 상대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ㅂ판, 108~09; M99~100)


우리는 아래의 논의과정에서 경제적인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실은 그들 간의 경제적 관계가 의인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경제적 관계들의 담지자로 서로 상대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ㄱ판, 150)


ㅂ판의 “합법적으로 발달한 것”은 “법률이라는 형태로 발달한 것” 정도로 고치는 게 좋겠다. ㄱ판은 강조 부분이 빠졌다. 전부터 관심 있던 표현 ‘담지자’(Träger; bearers; 担い手)가 여기에서도 나온다. BF판을 보면 아래의 편집자 주가 있다. 

The concept of an object (or person) as the receptacle, repository, bearer[Träger] of some thing or tendency quite different from it appears repeatedly in Capital, and I have tried to translate it uniformly as 'bearer'. 


운반인, 짐꾼. 그러니까 이들은 “경제적 범주의 인격화”이며 “일정한 계급관계와 이익의 담지자”일 때만 문제가 된다. 이들은 경제적 관계라는 짐을 지고 나르는 개인들일 뿐, “이러한 관계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초판 서문).

 

각주 38(ㅂ판은 각주 2)에는 당시 마르크스의 가장 유력한 라이벌, 늘 엄청나게 비판받는 프루동이 나온다.

9살 연상인 프루동이 노동자계급 출신이면서 1840년의 『소유란 무엇인가』로 이름을 알려 유럽 전체에서 지적 스타로 존재하고 있었던 데 반해, 당시의 맑스는 아직 무명인 채로 파리, 브뤼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독일인 망명자에 지나지 않았다. (『맑스사전』, 442) 


프루동에게서 상품생산은 “영원한 정의”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프루동은 물적 법칙을 연구하고 그에 따라 과제를 해결하려는 과학적 태도는 없고 오히려 “이상에 따라 물질대사를 개조하려는 화학자”처럼 전도되어 있다. 마르크스가 보기에는 “영원한 정의”나 “영원한 공정”이나 “영원한 상호부조” 따위를 외치는 프루동이나 “영원한 진리” “영원한 은총” “신의 영원한 의지” 따위를 들먹이는 교부(敎父)들이나 큰 차이가 없다.   


상품소유자와 상품이 특별히 구별되는 점은, 상품의 경우에는 다른 모든 상품이 단지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현상형태로만 간주된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타고난 수평주의자(Leveller)이자 냉소주의자(Zynike; cynic)*1이기도 한 상품은 다른 어떤 상품과도 - 비록 그것이 마리토르네스*2보다도 더 불쾌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 그 영혼은 물론 육체까지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ㄱ판, 150; M100)


상품한테 다른 상품은 자기 가치를 나타내는 현상형태다.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등주의자(수평파: 일판)이고 견유학파(일판)에 비유된다. 

 

*1 수평파(水平派)는 17세기 영국 청교도 혁명기에 릴번의 지도하에 활약한 좌익 민주주의적 평등주의자들. 견유학파는 디오게네스 고대 그리스의 한 학파로, 금욕적 자연주의자. 예의, 관습을 무시했다. 상품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교환한다는 의미. 


*2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제3권, 제15에 등장하는 코가 납작하고 애꾸눈인 역참 하녀.


상품은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를 지니며 이것을 교환을 통해 서로 주인을 바꿈으로써 실현한다. 상품소유자는 자기 욕망을 충족할 사용가치가 있는 상품과 자기 상품(자기한테는 사용가치가 없는)을 교환하고자 한다. 그러니 교환은 “개인적인 과정”이지만, 한편으로 내 상품을 가치로서 실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보면 “사회적 과정”이다. 내 상품은 여타 상품의 일반적 등가물로 간주된다. 다른 상품소유자들도 다 그러기 때문에 어떠한 상품도 일반적 등가물이 될 수 없다. 상품은 단지 생산물 또는 사용가치로 만날 뿐.

 

우리의 상품소유자들은 파우스트처럼 낭패스러운 고민에 빠진다.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생각하기에 앞서 벌써 행동을 해버렸다. 상품의 성질에서 비롯되는 법칙은 상품소유자들의 타고난 본능을 통해서 관철된다. 그들은 자신의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로 다른 어떤 상품과 비교함으로써만 그것을 가치관계 속으로, 또 그럼으로써 상품 간의 관계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중략] 그러나 오직 사회적 행위만이 어떤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로 만들 수 있다. [중략]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것, 그것이 사회적 과정에서 따로 분리된 이 상품의 특수한 사회적 기능이 된다. 그리하여 그 상품은 화폐가 된다. (ㄱ판, 152; M101)

* 괴테, 『파우스트』 제1부, 「서재」에서 파우스트의 말.

 


사회적 과정에서 분리되어 배제된(선발된) 일반적 등가물, 즉 “화폐로 응고된 이 결정체”(Geldkristall; 일판은 貨幣結晶)는 “교환과정의 필연적 산물”이다. 교환이 확대 심화될수록 상품의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은 발전하고, 화폐와 상품은 이중화되어간다. 

 

교역을 위하여 이 대립을 외적으로 표시하려는 욕구(Bedürfnis)는 상품가치를 자립적인 형태로 만들려고 노력하며, 이런 노력은 결국 이 형태의 최종적인 형태, 즉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이중화할 때까지는 결코 멈추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전화되는 것과 같은 속도로 상품이 화폐로 전화한다. (ㄱ판, 152~53; M102)

 

원활한 상거래를 위해 이 대립을 외부로 표현하려는 욕구는 독립적인 가치형태를 만들려는 충동을 낳게 되는데, 이 충동은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분화됨으로써] 하나의 독립적 가치형태를 얻을 때까지 중지하는 일이 없다. 따라서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것에 발맞추어 특정 상품이 화폐로 전화된다. (ㅂ판, 112)

 

교역을 위하여 이 대립을 외적으로 표시하려는 욕구는, 상품가치의 자립적 형태로 향하여 가게 하고(treibt; 向かわせ), 상품과 화폐로의 상품의 이중화에 의해 이 자립적 형태가 최종적으로 달성될 때까지 멈출 줄을 모른다. 그리하여 노동생산물의 상품으로의 전화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상품의 화폐로의 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일판)

 

Das Bedürfnis, diesen Gegensatz für den Verkehr äußerlich darzustellen, treibt zu einer selbständigen Form des Warenwerts und ruht und rastet nicht, bis sie endgültig erzielt ist durch die Verdopplung der Ware in Ware und Geld. In demselben Maße daher, worin sich die Verwandlung der Arbeitsprodukte in Waren, vollzieht sich die Verwandlung von Ware in Geld. (MEW)

 

이 부분은 ㄱ판, ㅂ판 모두 의역을 조금씩 했다. ‘욕구’(Bedürfnis)는 ‘필요성’(영어판에는 need), ‘충동을 낳는다’보다는 ‘추동한다’가 적절하다는 의견은 여기(링크 1, 링크 2) 참고. “충동이라는 번역어는 이것이 화폐의 결정화를 일종의 심리적 욕구의 표현의 결과로 오도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ㅂ판은 ‘충동’이라는 말을 넣었는데, 멈추지 않는 것의 주어는 ‘욕구/필요’이다. 일판처럼 고치면 주어 서술어가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    

 

상품생산을 영속화하려고 하면서 화폐와 상품의 대립, 화폐 그 자체를 없애자고 하는 프루동류의 술책에 대한 비판이 각주 40(ㅂ판 각주 4)에 나온다. 화폐는 없애고 상품생산은 유지한다는 것은 “가톨릭교를 존속시키면서 교황을 폐지”하는 것처럼 불가능하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 대해 타인인 이러한 관계는 자연발생적인 공동체[중략]의 성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공동체가 종말을 고하고 하나의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 또는 다른 공동체의 성원들과 접촉하게 되는 바로 그때 비로소 상품교환은 시작된다. (ㄱ판, 153; M102) 


상품교환은 공동체가 끝나는 곳에서,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 또는 다른 공동체 성원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일판)


자신에게는 비(非)사용가치인 것을 타인과 만나 상품으로 교환하는 관계, 물품의 사적 소유자들이 독립된 인격으로서 만나는 이러한 관계는 공동체의 “경계선”을 넘어섰을 때 생겨난다. 공동체가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공동체가 끝나는 지점, 즉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공동체(의 성원)와 만나는 곳에서 상품교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때의 양적 교환비율은 “우연적”이다. 타인이 가진 사용대상에 대한 욕망(Bedürfnis; 욕구, 필요)은 점차 확고해지고 이는 처음부터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생산물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 순간부터 한편으로는 직접적 필요를 위한 물품의 유용성과 교환을 위한 물품의 유용성 사이의 분리가 확고해진다. 그리하여 물품의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에서 분리된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이들 물품이 교환되는 양적 비율은 그것들의 생산 자체에 의존하게 된다. 관습은 그것들을 일정한 가치량으로 고정시킨다. (ㄱ판, 154; M103)


제1장 상품에서 살펴본 일반적 가치형태에서 화폐형태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제3의 상품은 자신이 다른 여러 상품의 등가물이 됨으로써[비록 좁은 범위 안에 국한되긴 하지만] 곧바로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등가형태를 취한다. 이 일반적 등가형태는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일시적인 사회적 행동과 함께 발생․소멸한다. [중략] 그러나 상품교환이 발전함에 따라 그것은 특정한 하나의 상품에 배타적으로 고정된다. 달리 말해서 화폐형태로 응결된다. (ㄱ판, 154; M103)

 

‘행동’이 아니고 ‘접촉’(Kontakt)이다. 이렇게 화폐형태가 하나의 상품에 고정되는 것은 처음에는 “우연”에 의존한다. 화폐형태는 “외부에서 수입된 물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에 부여되는데” 이 물품은 “내부 생산물의 교환가치가 자연발생적으로 형태를 드러낸 것”이다. 또는 가축과 같은 양도 가능한 주요 자산이 화폐형태가 되기도 한다. 유목민족은 그들의 재산이 모두 이동과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화폐형태를 발전시킨다. 이동이 불가능한 토지를 화폐 소재로 삼은 것은 프랑스의 부르주아 혁명 이후*라고 한다. 결국 화폐형태는 일반적 등가물로서 가장 적합하게 태어난 상품, 즉 귀금속으로 옮아간다. 

* 교회 영지(領地), 망명귀족 영지 위가 몰수되어, 이들 토지를 보증으로 하여 혁명정부는 지권(地券) 아시냐를 발행했지만, 국가 수입을 위한 증발(增發)을 거듭하여 불환지폐화하고, 수년 후 거의 무가치하게 되었다. 

 

“금과 은이 날 때부터 화폐인 것은 아니지만, 화폐는 날 때부터 금과 은이다”42)라는 말은 금과 은의 자연적인 속성이 화폐의 기능에 적합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중략] 가치의 적절한 현상형태, 또는 추상적이고 동등한 인간노동의 물상화가 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모든 견본이 동일하고 균등한 질을 갖고 있는 물질뿐이다. 다른 한편 가치크기의 차이는 순전히 양적인 것이기 때문에 화폐상품은 순수한 양적 차별이 가능해야 한다. 즉 마음대로 분할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분할된 부분을 다시 합칠 수 있어야만 한다. (ㄱ판, 155~56; M104)

 

그러니 귀금속이야말로 그 속성상 화폐가 되기에 매우 적합하다.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김호균 옮김, 청사)의 「귀금속」절에서 귀금속의 이러한 속성에 대해 상세히 논하고 있다.  

 


각주 44(ㅂ판 각주 8)에 나오는 “베일리”는 베리(Pietro Verri)로 고쳐야 한다. 제1장 마지막 주에서 리카도를 비판하는 이로 등장한 새뮤얼 베일리와는 다른 사람이며, ㄱ판 98쪽(M57) 각주 13에서 인용한 『경제학 고찰』의 저자이다. 


제1장부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화폐는 상품이다. 이는 화폐의 완성 형태부터 시작해서 화폐를 분석한 사람에게나 (의미 있는) ‘발견’일 수 있다. 화폐에 대해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들로는 1) ‘가치’와 ‘가치형태’를 혼동하여 금은의 가치를 가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2) 화폐가 하나의 ‘표지’(상징)일 뿐이라는 생각.  


그러나 이 오류 속에는 물품의 화폐형태가 물품 그 자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것[즉 인간관계를 배후에 숨기고 있는 단순한 현상형태]가 아닐까 하는 예감이 놓여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 상품은 표지일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들 상품은 가치라는 점에서는 그 상품에 지출된 인간노동의 물적 외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ㄱ판, 157; M105)


하지만 화폐가 단지 표지일 뿐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그 발생 과정을 해명하지 못한 사회적 관계의 수수께끼 같은 모습에서 잠시나마 그 기이한 외관을 벗겨내보자고 하는 수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 상품의 등가형태는 그 상품의 가치크기의 양적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금이 화폐이고 따라서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가령 10파운드스털링의 금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화폐*도 그 자신의 가치크기를 다른 상품을 통해서 오직 상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 자신의 가치는 그것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규정되며, 같은 양의 노동시간이 응결되어 있는 다른 상품의 양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금*의 상대적인 가치크기는 금의 산지에서 직접적인 교환에 따라 확정된다. 금은 화폐로서 유통에 들어올 때 벌써 그 가치가 주어져 있는 것이다. (ㄱ판, 158; M106~107)

 

* 카우츠키판, 러시아어판에서는 “금”으로 되어 있다. 

 

화폐가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보다 그것이 어떻게, 왜, 무엇에 의해 상품이 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게 더 어렵다. 게다가 화폐물신성이 우리의 눈을 가려서 그 외관 뒤에 숨은 진실을 보기 어렵게 한다. 외관상으로는 화폐가 다른 상품들의 가치를 표현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상품들이 자기 가치를 하나의 대표 상품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그 대표가 화폐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화폐의 마술이 생긴다.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개개인의 행위는 그 구성요소를 이루는 원자와 같은 것일 뿐이며, 따라서 그들 상호간의 생산관계는 그들의 통제나 의식적인 개별 행동에서 벗어나 있는 물적 형태를 띤다. 이런 사실은 우선 그들의 노동생산물이 대개 상품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화폐 물신(Geldfetisch)의 수수께끼는 단지 인간의 눈을 현혹시키는 상품 물신(Warenfetisch)의 수수께끼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ㄱ판, 159; M107~108)

 

 


 



_ 2013년 3월 1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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