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판: 제15장 기계와 대공업)


제8절 대공업에 의한 매뉴팩처 · 수공업 · 가내공업*의 혁명

(ㅂ판: 대공업이 매뉴팩처 · 수공업 · 가내공업에 미친 혁명적 영향)




* 일판에는 '家內勞動'이다. MEW에는 hausarbeit. 



ㄱ. 수공업과 분업에 기초한 협업의 폐기

(ㅂ판: 수공업과 분업에 바탕을 둔 협업의 타도)


기계는 수공업에 기초한 협업과 수공업적 분업에 기초한 매뉴팩처를 모두 폐기시킨다. 전자에 대한 예로는 풀 베는 기계를 들 수 있는데, 이 기계는 풀 베는 사람들의 협업을 대신한다. 후자에 대한 적절한 예는 바늘 제조용 기계이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그의 시대에는 남자 10명이 분업을 통해 하루에 4만 8,000개 이상의 바늘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1대의 기계가 하루의 노동일[즉 11시간]만으로 14만 5,000개를 만들어낸다. (ㄱ판, 615; M483) 


기계를 기초로 하여 수공업 경영이 재생산되는 것은 단지 공장제 경영으로 가는 과도단계일 뿐이고, 대개 증기력이나 수력 같은 기계적 동력이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여 기계를 움직이게 되면 곧바로 공장제 경영이 나타나게 된다. (ㄱ판, 616; M484)


ㄴ. 매뉴팩처와 가내공업에 미치는 공장제도의 반작용

(ㅂ판: 매뉴팩처와 가내공업에 대한 공장제도의 영향)


공장제가 발전하고 그와 더불어 농업이 큰 변화를 겪게 되면 다른 모든 산업부문에서도 생산규모의 확대와 함께 그들 부문의 성격도 변하게 된다. 생산과정을 세부적인 단계들로 분해한 뒤에 드러난 문제들을 역학이나 화학 등[즉 자연과학]을 이용하여 해결하는 기계제 경영의 원리는 점차 사회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원리로 자리를 잡아간다. 그리하여 기계는 매뉴팩처의 각 부분과정 속으로 여기저기 침투해 들어간다. [……] 전체 노동자 또는 결합노동자들의 구성도 근본적으로 변혁된다. 매뉴팩처 시대와는 달리 이제 분업은 될 수 있는 대로 여성노동이나 모든 연령층의 아동노동 그리고 미숙련노동[즉 영국인들이 그 특징을 따서 값싼 노동(cheap labour)이라고 일컫는 노동]의 사용에 기초하여 설계된다. (ㄱ판, 617~18; M485)


여성과 미성년의 값싼 노동력의 착취는 공장제보다 근대적 매뉴팩처, 또 매뉴팩처보다 가내공업에서 더 파렴치하게 일어난다. 그 이유는 근육노동을 대체할 만한 기술적 기초가 없음, 노동자들이 분산되어 저항할 힘이 감소함, 가내공업이 기계제 경영이나 매뉴팩처 경영과 경쟁해야 함, 빈곤으로 노동조건이 박탈되고 취업의 불규칙성이 증대함, 과잉 인구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기에 노동자들 간 경쟁이 최고조에 달함 등.  


어떤 공업부문에서 사회적 노동생산성이나 노동과정들의 결합을 위한 기술적 토대가 적게 발전하면 할수록, 생산수단의 절약이 갖는 적대적이고 살인적인 측면은 그만큼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ㅂ판, 619)


ㄷ. 근대적 매뉴팩처

이 부분에서는 이제까지 얘기한 것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성인노동자와 미성년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 때문에 런던의 몇몇 신문과 서적 인쇄공장은 '도살장'이라는 명예로운 명칭을 부여받았다. 똑같은 과도노동이 제본공장에서도 행해졌는데,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은 주로 성인 여자들과 소녀 그리고 아동들이었다. (ㄱ판, 619; M487)


도살장이라는 악명이 붙을 정도였다니. 그런데 사실 인쇄업 분야는 지금도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바닥은 별로 변화한 게 없는 듯... 


과도한 노동과 힘들고 부적절한 노동, 그리고 이런 노동으로 어릴 때부터 혹사당해온 노동자가 그 결과 포악해지는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은 광산업과 탄광업, 기와 및 벽돌 제조업인데, 이 부문들에서는 새로 발명된 기계가 아직(186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영국의 경우에도 몇 군데 되지 않는다. (ㄱ판, 620; M487)


이러한 과도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 도덕적 타락과 과음 등에 대해 언급한 뒤 '공중위생 보고서'를 인용하여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농업에서보다 런던의 봉제업과 인쇄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음을 보여준다. 


ㄹ. 근대적 가내공업


"대공업의 배후에서 이루어지는 이 자본[가내공업]의 착취영역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의 소름끼치는 상태가 어떤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계제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은 레이스 제조업과 밀짚세공업의 사례를 살펴본다. 


잉글랜드에서 레이스 생산에 종사하는 15만 명 가운데 1861년의 공장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은 약 1만 명이다. 나머지 14만 명은 거의 모두 여성과 청소년 · 아동들인데, 이들 청소년과 아동 가운데 남자아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ㄱ판, 623; M490)


*에 달린 日註:

1850년의 공장법은 섬유공업에 한해 부인, 미성년(13~18세)의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제한했지만, 1861년에는 레이스공장과 구두공장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값싼 착취재료"들의 높은 폐병률이 1852~61년 사이에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폐병 환자 비율의 이런 증가는 극히 낙천적인 진보론자나 가장 거짓말 잘하는 독일 자유무역주의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임에 분명할 것이다. (ㄱ판, 624; M490)


가장 낙관적인 진보주의자들이나 독일의 가장 위선적인 자유무역 행상인들도 이와 같은 폐병률의 확산을 보면 매우 놀랄 것이다.


This progress in the rate of consumption ought to suffice for the most optimist of progressists, and for the biggest hawker of lies among the Free-trade bagmen of Germany. (MIA)


ㄱ판에서는 "만족"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는데 ㅂ판에서는 "매우 놀랄 것"이라고 했다. 일판은 ㄱ판과 같고, 영어판 원문을 봐도 놀랄 것이라는 표현은 없는데 좀 이상하다. 


*의 日註:

마르크스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속류경제학자 파우허이다. 


파우허는 제8장 노동일(ㄱ판, 341; M254)에서 등장한 바 있다. ㄱ판과 ㅂ판에는 모두 나오지 않는다. 일판에 있던 각주를 아래에 그대로 옮긴다. 조금 더 자세한 것은 여기.

* 파우허: 마르크스는 여기에서 독일 속류경제학자 파우허(1820~1978)의 이름을 넣어서 '헛소리를 지껄인다'는 의미의 vorfauchen이라는 새로운 말을 고안해 조롱하고 있다.  


레이스 공업과 밀짚 세공업의 아동 노동자들은 가난에 쪼들리는 부모들 때문에 "흡혈학교/흡혈시설"에서 착취당하며 도덕성도 바닥이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러한 모범가정들의 조국은, 기독교의 권위자인 몽탈랑베르(Montalembert) 백작*에 의하면, 유럽의 모범적인 기독교 나라인 영국이다! (ㅂ판, 629; M493) 


* 몽탈랑베르: 프랑스의 정치가, 이론가. 가톨릭당 당수.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


ㅁ. 근대적 매뉴팩처와 근대적 가내노동의 대공업으로의 이행. 

     이들의 경영방식에 공장법이 적용됨에 따른 이 혁명의 촉진

(ㅂ판: 근대적 매뉴팩처와 근대적 가내공업이 대공업으로 이행. 공장법의 적용이 이 이행을 촉진)


여성과 미성년 노동력의 남용, 모든 정상적인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의 강탈, 과도한 노동과 야간노동의 잔학성 등을 통한 노동력가격의 인하도 결국은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일정한 자연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기초한 상품가격의 인하와 자본주의적 착취 또한 역시 똑같은 한계에 부딪힌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마침내 이러한 시점에 도달하면 이제 기계가 도입되고 분산되어 있던 가내공업(또는 매뉴팩처)은 급속히 공장제 경영으로 전화한다. (ㄱ판, 629; M494)


위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예로 의류산업 이야기가 이어진다. 


'의류' 생산은 일차적으로 매뉴팩처에 의해서 운영되는데, 이 매뉴팩처는 제각기 흩어져 있는 자신의 사지를 완성된 형태로 조립해내는 분업을 그 내부에서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ㄱ판, 630; M494)


대량의 작업재료[즉 원료나 반제품]는 대공업으로부터 공급되며 (자비와 연민에 맡겨진*) 대량의 값싼 인간 재료는 대공업이나 농업에서 '유리된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ㄱ판, 630; M495)


'흩어진 사지'라는 표현은 "제12장 분업과 매뉴팩처"에서 이미 나온 바 있다. 

* 호라티우스의 『풍자시』 제1권 시 4 제62행.

아래 인용 부분은 ㅂ판에서는 "은총과 자비에 맡겨진"으로 옮겼다. 

* 이것은 중세에 프랑스의 농노에 적용된 용어였지만, 후에 법률상의 권리가 없는 것을 표현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드디어 전환점이 왔다. 낡은 방법의 토대[즉 다소 체계적으로 발전된 분업과 인간재료의 잔인한 착취]는 확대되는 시장과 더욱 급속히 격화하고 있는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었다. 기계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결정적으로 혁명적인 기계[……]는 재봉기이다. (ㅂ판, 632; M495)


뒤섞여 있는 과도적 형태들은 점차 공장제 경영으로 전화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재봉틀이 지닌 성격이 이를 조장한다고 하면서 재봉틀의 과잉생산과 그로 인한 생산자들의 경쟁과 몰락, 대자본가가 유리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끝으로 증기기관이 인간을 대체하자 그것은 비슷한 다른 생산영역에서 일어난 변혁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다. [……] 이리하여 영국은 오늘날 방대한 '의류' 생산영역을 비롯하여 다른 대부분의 산업에서도 매뉴팩처와 수공업 그리고 가내공업이 공장제 경영으로의 변혁을 겪고 있는데, 이들 경영형태는 모두 오래전에 벌써 대공업의 영향을 받아 완전히 변형되고 분해되고 왜곡되어 스스로의 올바른 발전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공장제의 온갖 흉악한 점만을 재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조차 자행해왔다.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된 이 산업혁명은 부녀자와 소년, 아동을 고용하는 모든 산업에 공장법이 확대됨으로써 인위적으로 가속화한다. (ㄱ판 634; M498)


무제한적인 노동일과 야간노동 그리고 자의적인 인간 파괴의 관행 아래에서는 어떤 자연발생적인 장애도 곧 생산에 대한 영구적인 '자연적 장애'로 간주된다. 어떤 독약으로도 해충을 근절시키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공장법으로도 이런 '자연적 장애'를 근절시키기는 어렵다. (ㄱ판, 636; M499)


공장법이 그러한 '자연적 장애'를 제거한 것보다 더 확실하게 해충을 박멸하는 살충제는 없을 것이다. (ㅂ판, 637)


어떤 독약이 해충을 근절한다 할지라도, 공장법이 이러한 '자연적 제한'을 근절한 만큼 확실하게는 하지 못한다. (일판)


ㄱ판 번역은 공장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부정적 의미가 되고 ㅂ판은 공장법이 매우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 의미가 된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도자기 제조업자들이 이런 '불가능'에 목청을 높였지만 공장법이 발표되자 얼마 안 가 그런 불가능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는 것으로 봐서도 후자의 번역이 옳은 듯.

  그렇게 공장주들은 공장법에 대해 불만의 소리를 높였지만 공장법 시행 후에 오히려 생산성은 더 높아진다. 그들은 이후로도 계속 "자연적 장애"를 들먹이며 공장법에 맞서서 우는소리를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된다. 


1864년 공장법에 달린 日註를 보면:

1864년의 공장법은 공장의 정의를 "사람들이 보수를 위해 일하는 어떤 장소라 해도 공장으로 간주한다"고 확장하여, 처음으로 가내공업을 포괄했다. 또 공장의 청결과 환기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 규칙을 작성할 권한과, 그 위반에 대해 1파운드스털링 이하의 벌금을 매기는 권한을 감독관에게 부여했다.


"불가능? 그런 쓸데없는 말은 듣기도 싫다!"(ㄱ판, 638; M501)고 했다는 미라보에 달린 日註:

프랑스 혁명 초기에 활약한 정치가. 대부르주아지와 부르주아화한 귀족의 권리 대표자.


공장법이 그렇듯 매뉴팩처 경영이 공장제 경영으로 바뀌는 데 필요한 물적 요소들을 빨리 성숙시킴으로써 결국 투자할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장인들은 몰락한다. 그러한 "기술적 장애"와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노동자들 자신의 불규칙적인 습관이 노동일의 규제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동력 지출의 불규칙성"은 "생산의 무정부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시즌이 아니면 일거리가 없어서 굶어 죽고 한창 시즌이면 밀린 주문에 맞춰 과도노동에 시달리느라 죽는다.  


아직 공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공장이나 매뉴팩처에서는 이른바 시즌 중의 갑작스런 주문에 대처하기 위해 가공할 만한 초과노동이 주기적으로 널리 행해진다. 공장이나 매뉴팩처, 선대상인의 외부작업장[즉 가내공업의 영역]에서는 그러잖아도 작업이 극히 불규칙했으며 원료의 공급과 주문이 자본가의 자의에 맡겨져 있었는데 - 이 경우 자본가는 건물과 기계 등의 감가상각을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노동자의 살갗 외에는 어떠한 위험도 부담하지 않는다 - 이런 가내공업 영역에서는 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수많은 산업예비군이 조직적으로 배양되어  [……] (ㄱ판, 639; M502)


외부의 자본가는 이 경우 건물, 기계 등등의 상각을 조금도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작업의 중단에 의해서도 노동자를 착취하지 못하게 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는다. (ㅂ판, 641)


the capitalist, who, in this industry, is not hampered by any regard for depreciation of his buildings and machinery, and risks nothing by a stoppage of work, but the skin of the worker himself. (MIA)


제2편 제4장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마지막 부분에 나온 '노동자의 가죽'이 여기에 다시 등장했다. "후자[노동력의 소유자]는 머뭇머뭇 마지못해서 마치 자기의 가죽을 팔아버리고 이제 무두질당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처럼 뒤따라간다"(ㄱ판, 262; M191). 여기서도 '살갗'이 아니라 '가죽'이라고 옮겼으면 좋았을 텐데. ㅂ판은 의역을 했기 때문에 이 표현을 살리지 못했다. 일판에서는 "노동자 자신의 가죽"으로 옮기고 "[생명과 신체]"라고 짧게 역주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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