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근대 식민이론

(ㅂ판: 제33장 근대적 식민이론)




경제학은 원리에서 매우 다른 두 가지 사적 소유를 혼동하고 있다. 하나는 생산자 자신의 노동에 기초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노동에 대한 착취에 기초한 것이다. 후자는 전자의 정반대일 뿐만 아니라 오로지 전자의 무덤 위에서만 성장한다는 사실을 경제학은 잊고 있다.* (ㄱ판, 1024; M792)


* 초판과 제2판에는 글 처음부터 여기까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경제학은 원칙상 자기 노동에 기초한 사적 소유와 그 부정(否定)에 기초한 정반대의 자본주의적인 사적 소유를, 매우 편리하게 혼동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하 단락 없이 이어진다. 


정치경제학(ㄱ판에서는 ‘경제학’)의 고향 서유럽에서는 본원적 축적(시초축적)이 완성되고 자본주의가 국가의 생산을 전체적으로 또는 일부에서는 간접적으로라도 지배한다. 경제학자는 “전(前)자본주의 세계의 법률관념과 소유관념을 이 완성된 자본의 세계에 적용”(ㅂ판, 1052; M792)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식민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식민지에서 자본주의적 지배는 장애물(전자본주의적 생산, “독립적 생산자의 개인노동에 입각한 생산방식과 취득방식”)에 부딪히며, 이것을 폭력적으로 제거하려 한다.


이를 위해 경제학자는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 협업, 분업, 기계의 대규모 사용 등이 노동자들의 수탈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생산수단의 자본으로의 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른바 국부라는 것을 위하여 그는 대중의 빈곤을 창출하는 인위적인 수단을 모색하는 것이다. (ㄱ판, 1025; M793) 


식민지에서 임노동자를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는 웨이크필드의 식민이론(“체계적 식민”)을 살펴보자.  


그〔웨이크필드〕는 자본은 물건이 아니라 [물건들에 의해 매개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필(Peel)이 총액 5만 파운드스털링의 생활수단과 생산수단을 영국으로부터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스완 강*1 지역으로 가지고 갔다는 것을 개탄하고 있다. 필은 선견지명이 있어 그 밖에 노동계급의 남녀 성인과 아동들 3천 명*2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자 “필에게는 그의 잠자리를 돌보아 준다든가 강물을 길어다 줄 하인이 한 사람도 없었다.” (ㅂ판, 1054; M793~94)


*1 서(西)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를 흘러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강. 네덜란드 탐험가에 의해 17세기 말에 발견되어 이름 지어졌다. ‘뉴홀랜드’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를 항해한 네덜란드인에 의해 이름이 지어졌다. 

*2 웨이크필드의 원문에는 ‘300명’이다. 


직접적 생산자의 생활수단과 생산수단은 자본이 아니며, 오로지 노동자의 착취수단일 때에만 자본이 된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이를 다 자본이라고 부른다. 웨이크필드도 “생산수단이 다수의 상호 독립적인 자영노동자들의 개인적 소유물로 분산되는 것을” “자본의 평등한 분할”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다면 자본주의적 축적과 생산은 있을 수 없다. 웨이크필드는 노동의 소유자와 자본의 소유자가 분리된 것은 “자유의지에 따른 합의와 결합의 결과”(마르크스의 표현으로는 “매우 독특한 사회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본원적 축적과정을 살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이는 물론 억지 논리일 뿐이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자본의 축적을 위해 사람들이 자신을 수탈하는 “광신적인 자기희생의 본능”(물론 그런 거 없다. 늘 신랄하기 그지없는 마르크스의 표현...)을 발휘한 셈이다. 그렇게 희생적인 인간들이 넘쳐난다면 왜 “체계적 식민”(ㅂ판은 “조직적 식민”)이 필요할까?


산토도밍고*1로 온 최초의 스페인계 이주자들은 스페인으로부터 한 사람의 노동자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노동자 없이는(즉 노예제도 없이는) 자본은 파멸하든가 아니면 적어도 각자가 자기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규모로 축소될 것이다. 이것은 영국인의 손으로 건설된 최후의 식민지*2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데, 이곳에서는 임노동자가 없어서 종자와 가축, 작업도구로 이루어진 대규모 자본은 몰락해버렸고, 자기가 몸소 이용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본을 소유한 이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ㄱ판, 1028; M795)


*1 도미니카공화국의 카리브해 연안의 도시. 1496년 콜럼버스에 의해 기초가 놓인 아메리카 최고(最古)의 유럽인 이주지. 

*2 웨이크필드는 앞에 나온 오스트레일리아의 스완 강 식민지를 “최후의 식민지”라고 서술한다. 


본원적 축적과정에서 보았듯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토대는 민중의 토지 수탈인데, 식민지에는 광대한 토지가 있으며 이주자가 사유지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다. 이는 “식민지의 번영의 비밀”이자 자본주의의 정착을 방해하는 “악성종양”이 된다. 미국의 경우가 예로 등장하는데 전업 농민은 없고 대부분 부업으로 토지 경작을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쓴다. 자본가를 위한 “금욕의 토양”, “절제의 분야”가 생겨나기 어렵다. 식민지에서는 본국과 달리 노동의 수요공급 법칙이 자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노동시장은 언제나 공급부족”이고 임노동자의 상대적 과잉이 나타나지 않는 ‘장애’에 부딪힌다. 


자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노동하고 자본가 나리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살찌우는, 이 같은 임노동자에서 독립생산자로의 끊임없는 전화는 그 자체가 다시 노동시장의 상태*에 매우 해로운 반작용을 한다. (…) 임노동의 공급이 지속적이지 않고 규칙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충분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그〔웨이크필드〕는 한탄하고 있다. (ㄱ판, 1031; M97)


* 프랑스어판에는 여기에 “따라서 임금률에 대해서”를 삽입했다. 


그들은 곧 임노동자의 상태를 벗어난다. 머지않아 자영농민이 되든가, *아니면 임노동시장 안에서 원래 자신의 고용주였던 사람들의 경쟁상대가 되기도 한다. (ㄱ판, 1031~32; M797)


* 여기서부터 아래는 웨이크필드의 원문에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원래 고용주의 경쟁자가 되지 않더라도 독립 지주가 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그의 제자 메리베일(Merivale)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임금이 높기 때문에, 식민지에서는 더욱 값싸고 더욱 온순한 노동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ㄱ판, 1032; M798)


* 초판과 제2판에는 여기부터 이하 문단 끝까지 메리베일의 글을 가지고 인용 부분으로 매듭지었다.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종속되지 않으니 자본의 축적이 방해받는다. 그러니 종속을 ‘인위적’으로라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유럽에서는 ‘기업가’가 노동자에 대해서, 서인도제도에서는 노동자가 기업가에 대해서 상대편의 정당한 몫을 깎을 수 있다면, 십계명*1은, 모세와 예언자들*2은, 또 수요공급의 법칙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 요컨대 자본가를 ‘착취할’ 정도로 노동자들이 ‘막되어먹었다’는 저쪽 식민지에 대해서 몰리나리가 심히 못마땅해하는 점은, 다른 곳에서는 자동적으로 작용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거기에서는 경찰력을 통해 제대로 작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ㄱ판, 1032, 각주 268; M798) 


*1 신에 의해서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제시되었다고 하는, 신에 대한 인간의 길, 인간과 인간 사이의 길의 기본적 규정. 구약성서 출애굽기 20장 1~17절 참조. 



*2 본 역서(일판) 1023쪽 역주 1번 참조. 


“모세와 예언자들”은 제22장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전화 제3절(ㄱ판, 814; ㅂ판, 811; M621)에서 나온 적이 있다. “축적할지어다, 축적할지어다! 이것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이다!” 日註 내용은 이렇다.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제1의 계율이다’라는 의미. 고대 기독교 전승에 의하면 구약성서의 골격을 이루는 모든 편들은 모세와 그 외 예언자들에 의해 쓰였다. 인용한 말은 여기에서 생겨났다. 신약성서, 누가복음 16: 29~31, 마태복음, 22: 40 참조.” 


마지막 문장은 번역이 좀 이상한데, 일판을 보면 ㅂ판에 가깝다. “자본가를 ‘착취’할 정도로 노동자가 ‘단순’하다는 저편 식민지에서, 몰리나리 씨는 다른 데서는 자동적으로 작용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경찰력에 의해 정상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것이다”(일판).


식민지에서의 이 같은 폐해의 결과를 웨이크필드는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가? 그는 생산자와 국가재산의 ‘야만적인 분산제도’*1라고 말한다. 무수한 자영적 소유자들 사이에 생산수단이 분산되어 있으면 자본의 집중*2이 파괴될 뿐 아니라 모든 결합노동의 기초도 파괴되어버린다. (ㄱ판, 1033; M798~99)


*1 웨이크필드의 원문에는 “야만적 제도”는 “야만적 경향”이다.

*2 프랑스어판에는 “자본주의적 집적”이다. 


웨이크필드는 미국의 잘나가는(?) 노동자 얘기를 하다가 농경용 말보다도 못 먹고 사는 비참한 영국 노동자의 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때 마르크스의 말, “신경 쓰지 말자. 국부라는 것은 본래 인민의 빈곤과 같은 뜻이다.” 


그러면 식민지의 반(反)자본주의적 악성종양은 어떻게 치료될 것인가? 모든 토지를 일거에 국민적 소유*1에서 사적 소유로 전화시킨다면, 그것은 확실히 화근을 없애긴 하겠지만 그러나 동시에 식민지까지도 없애버릴 것이다. (…) 만약 정부가 처녀지에 대해 수요공급의 법칙과는 무관하게 인위적인 가격(…)을 매긴다고 생각해보자. 또한 정부가 임노동자에게 비교적 제한된 가격으로 토지를 매각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금 (…) 가운데 그 증가분만큼을 유럽에서 식민지로 빈민을 수입하여 자본가 나리를 위해 그의 임노동시장을 가득 채우는 데 이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여건에서는 ‘최선의 세계에서는 만사가 최선의 상태에 있게 된다’는 격언이 그대로 적용된다.*2 이것이 ‘체계적 식민’의 커다란 비밀이다. (ㄱ판, 1034~35; M799~800)


*1 프랑스어판에는 “공적 소유”로 되어 있다.

*2 본 역서 333쪽 역주 참조. 


日註 내용은 이렇다. “라이프니츠 『변신론』 1의 8, "이 최선의 세계는 최선의 구성"이라는 예정조화론을 반박하기 위해 볼테르가 쓴 『캉디드』 제1, 제3, 제6, 제30장에서 유래한 말.” 

이 말은 제5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에서 나온 바 있다. "있을 수 있는 최고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최선의 상태로 있게 된다"(ㄱ판, 287; ㅂ판, 258; M209). 


“체계적 식민”이라는 웨이크필드의 처방은 한마디로 “노동의 공급”을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해주는 방법이다. 노동자는 토지를 살 만큼 돈을 벌려면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시장에 자신을 대신할 “보충병”까지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러나 웨이크필드의 처방은 불필요해지는데, 유럽에서 미국으로 노동력 이민이 유입되고, 남북전쟁이 자본의 집중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웨이크필드가 특히 식민지용으로 처방한 이 ‘본원적 축적’이라는 방법을 영국 정부가 다년간에 걸쳐 실시해왔다는 것은 매우 특징적인 일이다. 물론 그 방법의 실패는 필의 은행법의 실패*1만큼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 증대하는 정부의 압력과 더불어 유럽에서의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전은 웨이크필드의 처방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한편에서는 해마다 미국으로 쫓겨가는 엄청나고도 끊임없는 인간의 흐름이 미국 동부에 정체된 침전물을 형성해주었다. (…) 미국의 내전은 막대한 국채를 빚어내었고 그와 더불어 조세의 압박, 비열하기 짝이 없는 금융귀족의 출현, 철도와 광산 개발을 위한 투기회사에 대한 엄청난 공유지 증여 등, 간단히 말해 매우 급속한 자본의 집중을 가져왔다. 이리하여 이 거대한 공화국은 이제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약속의 땅*2이 될 수 없게 되었다. (…) 영국 정부 쪽에서 식민지의 미개발 경작지를 귀족과 자본가에게 투매한 파렴치한 일은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금을 채굴하기 위해 흡수된 인간의 물결과 영국 상품의 수입으로 인한 영세수공업자들 간의 경쟁과 함께 이미 충분한 ‘상대적 과잉노동인구’를 창출하였다. (…) 거기에서는 런던의 헤이마켓*3에서처럼 곳곳에서 매춘이 성행하게 되었다.  (ㄱ판, 1036~37; M801)


*1 영국 정부는 총리 로버트 필의 제안에 의해, 1844년 7월에 새로운 은행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은 은행권 발행의 집중화를 목표로 하는 동시에 잉글랜드은행을 순수한 은행 업무를 하는 은행부와 은행권을 발행하는 발행부, 2개의 독립된 부로 나누었다. 은행권에는 특별한 금준비라는 형태로 확실한 보증이 있어야 했다. 금으로 보증되지 않는 은행권의 발행은 1400만 파운드스털링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유통량은 실제로는 준비금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통부의 수요에 의해 결정되었다. 금융 핍박이 특히 심했던 경제공황(1847년, 1857년, 1866년)에 영국 정부는 필 은행법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고 금으로 보증되지 않는 은행권 발행 총액을 인상했다. 본문의 “대실패”란 그것을 가리킨다. 

*2 본 역서 1248쪽 역주 참조. 

*3 런던 웨스트엔드의 번화가. 


*2의 日註 내용은 이렇다. * 신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약속한 아름다운 안주의 땅. 구약성서 「창세기」12:17, 13:14~17, 15:17~20, 17:1~8, 신약성서 「히브리서」11:9.

“약속의 땅”은 제24장 이른바 본원적 축적 제2절 농촌 주민으로부터의 토지 수탈(ㄱ판, 981; ㅂ판, 1001; M756)에 이미 나온 바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오로지 구세계의 경제학이 신세계에서 발견하여 소리 높여 선언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비밀이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축적양식[따라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은, 자신의 노동에 기초한 사적 소유의 절멸[즉 노동자의 수탈]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다. (ㄱ판, 1037; M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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