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어판 서문(1872)

내가 사용하고 있는 분석방법*은 지금까지 경제문제에 적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첫 몇 장은 읽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따라서 염려되는 것은 [항상 결론을 얻으려고 성급히 서두르며 일반적인 원리가 자기들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가를 알려고 갈망하는] 프랑스 독자들이 당장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을 때 이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ㅂ판, 21; M31)


* 이후의 모든 판본에서는 "연구 방법"이라 되어 있다. (日註)


『자본론』 번역판을 시리즈로 발간하겠다는 모리스 라 샤트르에게 마르크스는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위와 같이 말한다. 그러면서 그 유명한 말이 이어진다. "학문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ㅂ판, 21; M31) 

* 고대 기하학자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에게 답했다고 하는 말을 바꿔 말함.


성급하게 결론을 얻기 바라고 '지름길'을 선호하는 사람은 자신의 저작에서도 얻을 것이 없으리라는 말이다. 원래 에우클레이데스의 말은 "기하학에 왕도는 없다"이다. 기하학이건 자본론이건 쉬운 길이 어디 있겠는가... 



2. 프랑스어판 후기(1875)


그[루아]의 성실성 때문에 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본문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 수정작업은 분책이 발간될 때마다 그때그때 이루어져야 했고 그래서 한결같은 주의를 기울일 수 없었으며 문체의 통일도 채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 이 프랑스어판은 비록 문장에서는 결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독일어 원본과는 다른 독자적인 학문적 가치가 있으며 독일어에 능통한 독자들도 참고할 만한 것이다. (ㄱ판, 64; M32)


ㄱ판에서는 "학문적 가치"이지만 ㅂ판이나 일판은 "과학적 가치"다.


책이 분책 시리즈로 나왔기 때문에 수정작업을 그때그때 해야 했고 전체적인 통일도 어려웠다는 얘기다. (남 얘기 같지 않다. 나만 해도 자본 제2권과 제3-1, 3-2권 작업하면서 이것저것 통일하는 게 힘들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ㄱ판에서의 오류 하나. ㄱ판 65쪽의 각주 5는 마르크스에 의한 원주가 아니고 MEW판 편집자의 주이다. 따라서 숫자가 아니라 * 기호로 표기했어야 한다. (ㄱ판 일러두기, 40쪽 참고)



3. 제3판 서문(1883)


몇 가지 오류나 번역상의 차이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죄트베르(ㄱ판과 ㅂ판 모두 이렇게 표기)는 '죄트베어'로 표기하는 게 옳다고 본다. ㄱ판 자본 1-2 '인명 찾아보기'에서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라고 나온다. 여기에서도 인명 표기가 '제트베르'라고 되어 있다. (본문하고도 통일이 안 되어 있다니 곤란하다.)    


- 마르크스의 인용 방식과 관련하여.


순수한 사실에 대한 언급이나 서술의 경우 인용은, 예를 들어 영국의 청서(靑書)에서 인용한 내용과 같은 것은 말 그대로 단적인 예증으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경제학자들의 이론적 견해들을 인용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 경우의 인용은 논리적인 전개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사상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처음에 명시적으로 얘기되었는지에 대한 것만을 밝히고 있다. (...) 이들 인용은 본문에 대한 그때그때의 주석으로서 경제학의 역사에서 단지 빌려온 것에 지나지 않으며, 경제학 이론에서 몇몇 중요한 진보가 언제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 인용은 학문의 역사가 지금까지 편파적이고 거의 고의적인 무지함에 의해서만 기술되어온 그런 학문의 경우 특히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제 제2판의 후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왜 마르크스가 거의 전적으로 독일의 경제학자들만 인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ㄱ판, 68~69; M34~35)


'청서'(靑書)는 영국 의회나 추밀원의 보고서를 이르는 말. 표지가 청색으로 되어 있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단적'(端的)은 '곧바르고 명백한. 또는 그런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일판이나 ㅂ판에서는 '단순한'으로 되어 있다. '단적'과 '단순하다'는 의미상 다르다. '단순한 예시'는 말 그대로 그 예시가 그저 예시에 불과하다는 뜻이지만, '단적인 예시'라고 할 때는 에두르지 않고 바로 무언가를 직접 나타낸다는 뜻이 강하다.


강조한 '학문'은 일판에서는 '과학'이라고 되어 있다.  


"거의 전적으로 독일 경제학자들만 인용하고 있"다는 부분은 명백한 오역이다. '단지 매우 예외적으로만 독일 경제학자들을'로 고쳐야 한다. ㅂ판과 일판에서는 그렇게 되어 있다. 제1권만 해도 숱한 경제학자들이 각주에 등장하는데 최소한 1편만이라도 꼼꼼히 읽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하면 독일 경제학자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글 작성일: 20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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