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를 통하여 나에게 존재하는 것, 내가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 즉 화폐가 구매할 수 있는 것, 그것이 , 즉 화폐 소유자 자신이다. 화폐의 힘이 크면 클수록 나의 힘도 크다. 화폐의 속성들은 나의―화폐 소유자의―속성들이요 본질력들이다. 따라서 내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결코 나의 개성에 의해서 규정되지 않는다. 나는 추하다. 그러나 나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자를 사들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추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추함의 작용, 즉 추함이 갖고 있는 사람들을 질색케 하는 힘은 화폐에 의해서 없어지기 때문이다. 〔……〕 나는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나 화폐는 만물의 현실적인 정신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소유자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소유자는 똑똑한 사람들을 살 수 있다. 똑똑한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지 않겠는가? 인간의 속마음이 동경하는 모든 것을 화폐를 통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란 사람은 인간의 모든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나의 화폐는 나의 모든 무능력을 그 정반대의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화폐가 나를 인간적 삶에 결합시키고, 사회를 나에 결합시키고, 나를 자연 및 인간과 결합시키는 끈이라면, 화폐는 모든 끈들의 끈이 아니겠는가? 화폐는 모든 끈을 풀기도 하고 매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화폐는 보편적인 절연 수단이지 않겠는가? 그것은 진정한 분할 화폐이자 진정한 결합 수단이며 사회의 전기 화학적 힘이다.


  셰익스피어는 화폐에 있어서 특별히 두 가지 속성들을 부각시킨다;

  1. 화폐는 눈에 보이는 신이며, 모든 인간적 자연적 속성의 그 반대의 것으로의 전환이요, 사물의 보편적 혼동과 전도이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들을 친근한 것으로 만든다;

  2. 화폐는 인간과 국민들의 보편적 창녀요 보편적 뚜쟁이이다.

  화폐에 의한 모든 인간적 자연적 질質들의 전도와 혼동, 불가능한 일들을 친근한 것으로 만듦―신적인 힘―은 인간의 소외된, 외화하는, 양도되는 유적 본질로서의 화폐의 본질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화폐는 인류의 외화된 능력이다.


 〔……〕


  화폐는 현존하며 활동하고 있는 가치의 개념으로서 만물을 혼동시키고 전도시키기 때문에, 화폐는 만물의 보편적 혼동이요 전도이며, 따라서 전도된 세계요, 모든 인간적 자연적 질(質)들의 혼동이요 전도이다. 

  용감함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비록 그가 비겁하다 할지라도 용감한 사람이다. 화폐는 특정의 질, 특정의 사물, 특정한 인간적 본질력과 교환되지 않고 인간적 자연적 대상적 세계 전체와 교환되기 때문에, 화폐는―그 소유자의 관점에서 보자면―모든 속성을 모든 속성과―그 속성과 모순되는 속성 및 대상까지도―교환한다; 화폐는 불가능한 일들을 친숙한 것으로 만들며, 자신과 모순되는 것들로 하여금 자신과 입 맞추도록 강요한다. 

  인간인간이라고 전제하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라고 전제한다면 너는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하고만 등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네가 예술을 향유하기를 바란다면 너는 예술적인 소양을 쌓은 인간이어야 한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너는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만 한다. 인간―그리고 자연―에 대한 너의 모든 관계는 너의 의지의 특정한 대상에 상응하는, 너의 현실적 개인적 삶의 특정한 표출이어야 한다. 네가 사랑을 하면서도 되돌아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네가 사랑하는 인간으로서의 너의 생활 표현을 통해서 너를 사랑받는 인간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너의 사랑은 무력하며 하나의 불행이다. 


― 마르크스, 제3노트 화폐,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1}, 박종철출판사}, pp.88~91



얼마 전 정리했던 제3장 제3절 '화폐'에서 화폐는 "만물의 신경"(nervus rerum)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모든 끈들의 끈", 나를 "인간적 삶"과 "사회"에 결합시키는 화폐, 그런데 이것은 또한 "사물의 보편적 혼동과 전도"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연 '신'이라 할 만하다. 마지막 문단은 너무나 유명한 부분인데, 전체 맥락 속에서 보니 또 다른 맛이 있다. 경제학 철학 노트인데 이렇게 문학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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