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유통수단
c. 주화. 가치표지

소제목이 판본마다 다르다. "주화. 가치의 상징"(ㅂ판), "주화. 가치장표"(章標, 일판. 일어로는 우리말의 표장標章을 장표章標라고 쓰는 듯).

주화는 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국가가 주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화는 지금 우리가 쓰는 동전과 다르다.) 금화도 지금(地金)도 외형만 다를 뿐 모두 금(金)이다. 그 어느 것으로든 바뀔 수 있다.

각주 81번(ㅂ판 32번) 아담 뮐러*1와 런던탑*2에 관한 日註.

*1 독일의 복고 낭만주의적 경제학자, 정치가. 『국가학 강요(綱要)』 제2부, 베를린, 1809, 280쪽.
*2 19세기 초 조폐국이 런던탑에 있었다.  

 

“그러나 조폐국에서 나오는 길은 동시에 감과(坩堝: 도가니)로의 발걸음이기도 하다”(일판). 금화는 유통(통류)하는 동안 많건 적건 마모되고, 명칭(법정 무게)과 실체(실제 무게)는 달라진다.

 

유통수단으로서의 금은 가격의 도량기준으로서의 금으로부터 괴리되고, 따라서 그것은 더 이상 가격을 실현하는 상품의 실질적인 등가물도 아니게 된다. 이러한 혼란의 역사가 중세와 18세기에 이르기까지의 근세 화폐주조의 역사를 이루고 있다. (ㄱ판, 197; M139)

주화의 실질적 내용을 명목적 내용에서[즉 금속으로서의 현존재(Dasein)를 기능상의 현존재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바로 화폐유통이라면, 화폐유통은 또한 금속화폐의 주화기능을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표지나 상징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ㄱ판, 198; M140)

 

일판에서는 “금의 주화정재(鑄貨定在)”라는 표현을 쓰고 이것이 가치 실체와 분리된다고 하는데, 정재(定在)는 Dasein, 즉 본질적 존재에 대립하는 구체적ㆍ개별적 존재를 뜻한다고 하니 '주화로서 금의 구체적인 존재' 정도로 보면 되겠다. 결국 주화는 "실제의 금에서 가상의 금으로" 바뀌어간다. 화폐유통(통류)에 금 대신 다른 재료로 만든 토큰이 쓰이게 되고, 이 토큰의 금속무게는 법에 따라 임의로 정해진다. 금화에서 토큰으로, 토큰에서 지폐로. 이에 대해서는 heesang님의 글 “(55) 주화(coin)에서 토큰(token)과 지폐(paper money)로”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은제나 동제의 토큰의 금속무게는 법률에 의해 임의로 규정된다. 그것들은 유통에서 금화보다 더 빨리 마멸된다. 그러므로 그것들의 주화기능은 사실상 그것들의 중량[즉 가치]과는 관계없다. 금의 주화로서의 기능은 금의 금속적 가치로부터 완전히 분리된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무가치한 물건[예컨대 지폐]이 금을 대신해 주화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ㅂ판, 162; M140)

 

금속으로 된 주화의 표지에서는 순수하게 상징적인 성격이 아직도 약간은 은폐된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지폐에서는 이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첫발을 내딛기가 어려울 뿐이다.* (ㄱ판, 199; M140~41) 

 

* 프랑스 속담.

 

여기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지폐란 강제통용권을 지닌 정부지폐만을 뜻한다. 정부지폐는 주화에서 직접 발생한다. (…) 본래의 지폐가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신용화폐는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ㄱ판, 199; M141)

 

강조 부분은 “금속유통에서”로 고쳐야 한다. 여기에 달린 각주 83번(ㅂ판 34번) 내용 중에서 日註:

*1 잉글랜드 은행 총재: 제임스 모리스.
*2 은행법: 「상업불황」의 오기(誤記).

 

지폐의 발행은 실제로 유통될 금량(또는 은량)을 지폐가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ㅂ판, 163; M141)


유통수단의 양은 일정 최소량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데 이 최소량은 “종이로 된 상징물”(ㄱ판), "금의 종이상징"(ㅂ판)으로 대체될 수 있다. 만약 유통수로가 지폐로 가득 차서 범람한다면 도량표준에 문제가 생긴다.

 

지폐가 자기의 한도[즉, 실제로 유통했을 같은 명칭의 금화의 양]을 초과한다면, 지폐의 신용이 일반적으로 손상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지폐는 [상품유통의 내재적 법칙에 의해 규정되는] 금량만을 대표하게 될 것이다. (ㅂ판, 163; M142)

 

그러므로 지폐의 양이 2배가 된다면 이전에 1파운드스털링의 가치가 이제는 2파운드스털링으로 표현될 것이다.
 

지폐는 금[또는 화폐]을 대신 나타내주는 표지(標識, Zeichen)이다. 상품가치와 지폐의 관계는 단지 지폐가 상징적으로 표시하는 금의 양을 통해서 상품가치가 관념적으로 표시되고 있다는 것뿐이다. 지폐는 자신이 표시하는 금이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치도 갖는다는 점에서, 바로 그런 한에서만 가치표지(Wertzeichen)이다. (ㄱ판, 200; M142)

 

오역 문제 하나를 판본을 비교하면서 보자.

 

금화가 단지 주화나 유통수단이 되는 것은 오직 그것이 실제로 유통되고 있을 때뿐이다. 그러나 개개의 모든 금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것이 지폐로 대체될 수 있는 최소량의 금에서는 나타난다. 이 최소량의 금은 항상 유통영역에 머물면서 계속해서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며, 오로지 이 기능의 담당자로만 존재한다. (ㄱ판, 201; M143)

금화가 단순한 주화[즉, 유통수단]인 것은 오직 그것이 현실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동안이다. 물론 이것은 지폐에 의해 대리될 수 있는 최소량의 금화에도 해당된다. 이 최소량의 금화는 항상 유통분야에 머물러 계속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며, 따라서 오직 그 기능의 담지자로 존재한다.  (ㅂ판, 164)

금조각(金片)이 단순한 주화 또는 유통수단인 것은 바로 그것이 현실에서 통류하고 있을 때뿐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금주화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도, 지폐로 대체될 수 있는 최소량의 금에는 해당한다. 이 최소량의 금은 항상 유통영역에 머물면서 계속해서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며, 오로지 이 기능의 담당자로만 존재한다. (일판)

Each piece of money is a mere coin, or means of circulation, only so long as it actually circulates. But this is just the case with that minimum mass of gold, which is capable of being replaced by paper money. That mass remains constantly within the sphere of circulation, continually functions as a circulating medium, and exists exclusively for that purpose. (MIA)

 

ㅂ판에서 "최소량의 금화"는 "최소량의 금"이어야 한다. 길판의 문장은 '나타난다‘는 표현이 어색하고, 일판이 그나마 잘 이해된다. 금화는 현실에서 유통[일판에서 화폐의 유통은 거의 ’통류'라고 보면 된다]될 때에만 주화(유통수단)이다. 지폐로 대체할 수 있는 최소량의 금은 계속 유통수단 기능을 한다는 것. heesang님의 글 "(56) 불환지폐, 화폐의 물질적 존재의 기능적 존재로의 흡수"를 참고할 것.
 

화폐를 끊임없이 한 사람의 손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화폐가 단순히 상징적인 존재로만 있어도 충분하다. 말하자면 화폐의 기능적인 현존재가 화폐의 물질적인 현존재를 흡수하는 것이다. 상품가격을 순간적이고 객관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화폐는 오직 자신의 표지로서만 기능하고, 따라서 표지를 통해 대체될 수도 있다. (ㄱ판, 201~02; M143)

 

“화폐를 끊임없이 한 사람의 손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기는 과정”, 즉 화폐의 유통(일판에서는 늘 화폐의 ‘통류’라고 하는)은 그러므로 상징적인 표지로 대체 가능하다. 화폐의 이러한 상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이며 그 상징은 국내 영역에서만 유효하다. 이렇게 화폐는 금속 실체에서 분리되어 단순히 "기능적 존재"가 된다.

 

 

_ 2013. 9. 11 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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