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화폐*





* 이 '화폐'는 화폐 일반을 의미하는 Das Geld(제3장의 제목)가 아니고, 정관사가 없는 Geld(영어로 money)로서,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이라는 제1, 제2의 규정에 대해 '제3의 규정인 화폐'라고 마르크스가 일컫는 것이다. 프랑스어판에서는 이 제목이 La monaie ou l'argent로 되어 있고, 다음 첫 문단도 모두 바꿔 썼다.


제1절에서는 가치척도로서의 화폐, 제2절에서는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를 살펴보았다면 이제 제3절에서는 그것들과 구분되는 또 다른 기능을 살펴본다. 요약하면 1) 축장화폐 2) 지불수단 3) 세계화폐. 이때의 금(화폐)은 관념적이지만도 않고, 대체될 수도 없으며, 금 육신의 형태 그대로 나타난다. 



(A) 화폐축장

(ㅂ판: 퇴장화폐 / 일판: 축장화폐의 형성)


상품의 두 대립적인 형태변화가 계속적으로 순환하는 것[다시 말하면 판매와 구매가 끊임없이 번갈아 이루어지는 것]은 화폐가 쉬지 않고 순환하기[또는 유통의 항구적인 자동기관(perpetuum mobile)*1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형태변화 과정이 중단되어 판매가 뒤이은 구매에 의해 보충되지 않으면 화폐는 움직이지 않게 된다. 즉 부아기유베르(Boisguillebert)의 말처럼 움직일 수 있는 동물에서 움직일 수 없는 동물로,*2 다시 말해 주화에서 화폐로 전화한다. (ㄱ판, 203; M144)


*1 외부에서 에너지 공급 없이 영구히 운동을 계속하는 예로부터 환상의 기관. 

*2 부아기유베르, 『프랑스 詳論』, 데르 편, 『18세기의 재정경제학자들』, 파리, 1843, 213쪽.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뭐고 움직일 수 없는 동물은 또 뭔지. 난감한 번역이다. ㅂ판에서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 일판에서는 "可動物"과 "不動物", 영문은 "from “meuble” into “immeuble,” from movable into immovable"이다. 


상품유통이 처음 시작되면 상품의 전화된 모습, 즉 상품의 황금외피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과 그것을 확보하고자 하는 열정[이것은 제1형태변화의 산물이다]도 함께 발전해나간다. (…) 이 형태변화는 물질대사를 단순히 매개해주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일단 형태변화가 이루어진 상품의 모습은 이미 언제든지 양도 가능한 상품의 모습도 아니고 유통과정에서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화폐형태도 아니다. 이리하여 화폐는 축장화폐(Schatz)로 화석화하고 상품판매자는 화폐축장자가 된다. (ㄱ판, 203; M144)


상품의 황금외피란 '화폐'를 뜻한다. gold-chrysalis(MIA), 金蛹(일판). 이전에 살펴본 적 있는 금번데기다. 아직 자본이 되지는 못한 화폐. 


생산물로 표현되는 가치는 단지 그 형태를 변화시킨 것일 뿐이다. (ㄱ판, 203 각주 86) 


'생산물의 형태로서의 가치'로 고쳐야 한다.


상품생산이 점차 발전하면 모든 상품생산자는 만물의 근원*[즉 '사회적 담보물']인 화폐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ㄱ판, 204; M145)


* 화폐를 가리키는 라틴어. 초판을 비롯해 많은 판에는 “만물의 연결”(nexus rerum)(채무노예라는 의미도 있음)로 되어 있지만,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에서는 '신경'이고, 프랑스어판에서 또 '신경'으로, 그 후의 많은 판에서도 그렇게 되어 있다. 


일판에서는 “만물의 근원”이 아니라 “만물의 신경(神經)”(nervus rerum)이다. 문맥상으로도 ‘신경’이라는 말이 화폐에 더 어울린다. ㅂ판에서는 '만물의 근원'이란 표현은 없고 "사회가 제공하는 담보[즉 화폐]"라고 썼다. 라틴어 nervos belli라는 말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영어로는 Sinews of war(전쟁의 원천. 전쟁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상품을 교환가치로 확보하거나 교환가치를 상품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짐으로써 황금을 향한 열망이 싹튼다. 상품유통이 확대됨에 따라 화폐의 힘, 즉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절대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부의 힘이 증대한다. (ㄱ판, 204; M145)


범주적인(kategorischen) 의미의 구매는 이미 금 · 은을 상품의 전화한 모습으로, 또는 판매의 산물로 가정하고 있다. (ㄱ판, 204 각주 89) 


강조 부분은 “엄격한”(ㅂ판), “엄밀한”(일판), “categorical”(MIA)인데 categorical가 '범주의, 명확한, 절대적인' 등의 뜻이 있기는 하지만 '엄격/엄밀한'이 의미상 적절하다. 


기독교 신앙이 독실했던 프랑스 왕*1 앙리 3세는 수도원 등에서 성유물(聖遺物)을 약탈하여 돈으로 만들었다. 델포이 신전의 보물에 대한 포키아인의 약탈이 그리스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널리 알려진 바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고대인들 사이에서 이 신전은 상품의 신을 위한 거소였다. 신전은 '신성한 은행'*2이었다. (ㄱ판, 205 각주 90)


*1 “가장 기독교적인 프랑스 왕”(もっともキリスト敎的なフランス王)은 프랑스 국왕의 공식 호칭이었다. 

*2 고대 은행은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 시기에 이미 존재했는데, 농공산물의 전당잡힘, 대부(貸付), 주화유통을 동반하여, 기원전 6세기에는 신전(神殿) 은행이 개인 은행과 함께 발생했다.


*1은 다시 말해 앙리 3세가 신앙이 독실했다는 뜻에서 쓰인 말이 아니라 왕 이름 앞에 늘 그렇게 수식어로 쓰였다는 뜻이다. 


상품생산이 발전함에 따라 상품생산자는 화폐를 확보해두려고 한다. '황금욕'이 눈을 뜬다.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부"인 화폐의 권력이 증대한다. 화폐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것, 모든 차이가 제거된 것. 철저한 평등주의자(수평파水平派, leveller). 화폐축장자는 황금물신에게 자신의 욕망을 희생물로 바친다.   


상품의 모든 질적 차이가 화폐를 통해서 소멸해버리듯이 화폐 쪽에서도 역시 철저한 평등주의자의 입장을 취하고 모든 차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해나간다. 그러나 화폐는 본래 상품[즉 외형적인 물체]으로서 누군가의 사유재산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이제 사회적인 힘이 개인의 사적인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사회는 화폐를 그 사회의 경제적 ․ 도덕적 질서의 파괴자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유년기에 플루토스의 머리털을 붙잡고 대지의 뱃속으로부터 끌어낸 근대사회는 황금이야말로 자신의 고유한 생활원리를 눈부시게 비쳐주는 화신으로, 즉 자신의 성배(聖杯)로서 쌍수를 들고 반긴다. (ㄱ판, 205~06; M146~47)


ㅂ판에서는 플루톤인데, 플루토스가 정확하다(영문판을 보면 Plutus로 나옴). “그리스어로 '재물'이라는 뜻의 플루토스를 의인화한 것이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플루토스는 크레타 섬에서 풍작을 관장하는 여신 데메테르와 크레타인 이아시온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미술에서 그는 주로 풍요를 상징하는 뿔인 코르누코피아를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는 때로 저승의 신 플루톤(하데스)과 혼동되기도 한다.”(브리태니커) 하데스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보자. “플루토, 플루톤('부자' 또는 '풍요를 주는 자'라는 뜻)이라는 또다른 이름은 하데스가 대지의 다산의 신과 부분적으로 혼동되었기 때문이거나 그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인 뒤 자신의 창고로 모았기 때문인 것 같다.” (브리태니커) 


상품의 가치는 물질적인 부의 모든 요소에 대하여 그 상품이 어느 정도의 흡인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며, 그런 점에서 해당 상품의 소유자가 지닌 사회적 부의 크기를 보여준다. (ㄱ판, 206; M147)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이 물질적 부의 모든 요소를 어느 정도 지배하는가를 나타내며, 따라서 그 상품 소유자의 사회적인 부의 크기를 나타낸다. (ㅂ판, 169)


상품의 가치는 소재적 부의 모든 요소에 대해 그 상품이 갖는 인력(引力)의 정도를 재는 척도가 되며(商品の価値は、素材的富のあらゆる要素にたいしてその商品がもつ引力の程度をはかる尺度となり)…… (일판) 


상품은 소재적(물질적) 부의 모든 요소를 끌어당기는 힘(인력)이 있고,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재는 척도'라는 것. ‘지배’나 ‘흡인력’보다는 ‘척도’라는 표현이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 


화폐축장의 충동은 본래 무제한적이다. 화폐는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될 수 있으므로(weil in jede Ware unmittelbar umsetzbar) 질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즉 화폐는 물질적 부의 일반적인 대표자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의 화폐액은 모두 양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효력이 제한되어 있는 구매수단일 뿐이다. 화폐의 양적인 제한과 질적인 무제한 사이의 이런 모순은 화폐축장자를 끊임없는 축적이라는 시시포스의 노동으로 몰아넣는다. (ㄱ판, 207; M147)


“교환”보다는 ‘전환’ 또는 ‘전화’로 써야 정확하다. 상품의 일반적 등가형태이고 모든 인간노동의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화신인 화폐를 축장하려는 충동은 본성상 그 한도를 모른다. 화폐축장자는금이라는 물신을 위해 쾌락을 희생하고 “근면과 절약, 탐욕”으로 자본가가 될 준비를 갖춘다.


“부자가 되자. 아니면 부자처럼 보이도록 하자”(디드로).* (ㄱ판, 207; M148)


* 『살롱. 1767년. 페르시아인류의 사치에의 풍자』. アセザト 編, 『全集』, 1876년, 제11권, 91쪽. 


축장화폐는 금속유통의 경제에서 수축 또는 팽창하는 화폐 유통량에 따라 주화로 흡수되기도 하고 빠져나오기도 한다. 축장화폐의 저수지는 화폐가 흘러 들어가고 나오는 수로의 역할을 한다.



(B) 지불수단


상품의 유통이 발전함에 따라 상품의 양도를 상품가격의 실현에서 시간적으로 분리시키는 조건들이 발전한다. (ㄱ판, 209; M149)


상품유통이 발전하면서 상품의 양도와 상품가격의 실현이 시간적으로 분리된다. 판매자는 채권자가 되고 구매자는 채무자가 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화폐는 첫째, 구매자의 채무의 크기를 측정하는 가치척도로 기능한다. 둘째, 관념적인 구매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미 상품은 유통에서 빠져나온 상태에서, 지불 기한이 되면 화폐가 유통에 투입되어 판매자의 손으로 들어감으로써 유통과정이 종결된다. 


"남이 세든 집을 산 구매자"(ㅂ판 172, 역자 주)는 잘못된 번역이 아닌가 싶다. 남이 세 든 집을 산 구매자라고 본다면 그 다음 구절, "구매자는 그 상품의 대가를 지불하기 전에 그 상품을 사는 것이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이 세 든 상태의 집을 살 때는 돈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그 세 든 사람이 나간 후에) 내게 되나? 보통은 누가 세 들어 살고 있든 비어 있든 상관없이 매매 계약할 때 돈을 지불하지 않나? 영국은 다를지도... 


어떤 종류의 상품(예: 가옥)의 이용은 일정한 기간 판매[임대]되고 있는데, 그 기간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구매자[남이 세든 집을 산 구매자]는 그 상품의 사용가치를 실제로 받게 된다. 어쨌든 구매자는 그 상품의 대가를 지불하기 전에 그 상품을 사는 것이다. 판매자는 현존의 상품을 판매하는데, 구매자는 화폐의 단순한 대표자로, 또는 장래의 화폐의 대표자로 구매한다. 판매자는 채권자로 되며 구매자는 채무자로 된다. (ㅂ판, 172; M149)


On the other hand, the use of a given commodity, of a house, for instance, is sold (in common parlance, let) for a definite period. Here, it is only at the end of the term that the buyer has actually received the use-value of the commodity. He therefore buys it before he pays for it. (MIA)


On the other hand, the use of certain kinds of commodity(houses, for instance) is sold for a definite period. Only after the lease has expired has the buyer actually received the use-value of the commodity. He therefore buys it before he pays for it. (BF)


다른 한편, 어느 상품 예를 들어 가옥의 이용은 일정 기간을 정해서 팔린다. 그 기한이 지난 뒤 비로소 그 구매자는 그 상품의 사용가치를 실제로 받게 된다. 그러므로 그는 지불하기 전에 구매하는 것이다. 한편의 상품소유자는 현존하는 상품을 팔지만, 다른 한편은 화폐의 단순한 대표자로서, 또는 장래의 화폐의 대표자로서 구매한다. 판매자는 채권자가 되고, 구매자는 채무자가 된다. (일판)


내 생각에는 여기서 집을 산다는 것은 매매가 아니라 임대차 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임차인(빌려 쓰는 사람)은 돈을 아직 내지 않은(지불하지 않은) 상태(채무자인 상태)에서 집을 빌려 쓴다. 그렇게 보면 이 집은 후불제가 된다. 그러니까 돈을 지불하기 전까지 "판매자는 채권자가 되고 구매자는 채무자가 된다." 구매자는 그 집을 빌려 쓰는 편리함 등등의 사용가치를 기한이 끝날 때 다 받는다. 


여하간 여기서 화폐는 지불수단이 된다. 

 

너[채무자]는 나에게, 한편으로는 지불할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살 수도 없다는, 이중의 손해를 주고 있다. (비봉, 173 각주 47)


너 고리대금업은, 나로 하여금 여기에서는 지불을 할 수 없고 저기에서는 구매를 할 수 없는 이중의 곤경에 빠뜨리는구나. (길, 209 각주 96)


번역이 조금 다른데, 일판을 봐도 '너'라고만 나오고 별다른 설명이 없다. MIA에는 아예 주가 없고, BF에는 있지만 거기에서도 그냥 you.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둘 다 말이 된다.


이제는 상품유통에서 화폐와 상품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 상품이 유통에서 빠져나온 뒤에 지불수단인 화폐가 투입된다. 화폐는 이 과정을 매개하지 않고 나중에 종결만 짓는다. 


화폐는 교환가치의 절대적 현존재로서[또는 일반적 상품으로서] 이 과정을 별도로 종결시키는 역할만 수행한다. 판매자는 화폐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화폐축장자는 상품을 화폐형태로 보존하기 위해, 그리고 채무를 진 구매자는 지불을 위해서, 모두는 각기 상품을 화폐로 전화시킨다. 만일 구매자가 지불을 하지 못하면 그의 소유물은 강제 매각된다. 따라서 이제 상품의 가치형태[즉 화폐]는 유통과정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판매의 목표가 된다. (ㄱ판, 210~11; M150)


강조한 “필요”는 ‘필연’으로 고쳐야 한다.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은 하나의 무매개적인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여러 지불이 서로 상쇄되는 경우 화폐는 그저 관념적인 형태로 계산상의 화폐로만 또는 가치척도로만 기능할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불이 이루어지는 경우 화폐는 이제 유통수단으로 등장한다. 즉 단지 물질대사를 일시적으로 매개하는 형태로가 아니라 사회적 노동의 개별적 화신으로[즉 교환가치의 자립적인 현존재이자 절대적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ㄱ판, 212; M151~52)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에는 하나의 내재적인 모순이 있다. 여러 지불이 상쇄되는 한,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는 계산화폐 또는 가치척도로서 오직 관념적으로 기능할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한, 화폐는 유통수단[즉 상품교환의 오직 순간적인 매개물]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노동의 개별적 화신, 교환가치의 독립적 존재형태, 일반적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ㅂ판, 175~76)


지불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은 하나의 매개되지 않는 [직접적] 모순을 포함한다. 모든 지불이 상쇄되는 한, 화폐는 단지 관념적으로, 계산화폐 또는 가치척도로서 기능할 뿐이다. 현실의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한, 화폐는 유통수단으로서, 즉 소재변환의 단지 일시적 매개적인 형태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노동의 개별적인 화신, 교환가치의 자립적인 정재(定在), 절대적 상품으로서 등장한다. (일판)


"내재적인 모순"은 좀 뜬금없다. 그리고 ㄱ판의 "화폐는 이제 유통수단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로 고쳐야 한다. 유통수단(물질대사를 매개하는)이 아니라 사회적 노동의 개별적 화신으로 등장한 화폐. 이 모순은 화폐공황으로 폭발한다. 


이 메커니즘에 전반적인 교란이 발생하면 그 교란의 원인과는 상관없이 화폐는 계산상의 화폐라는 단지 관념적인 모습으로부터 갑자기 그리고 아무런 매개도 없이 경화(硬貨)로 돌변한다. (…) 부르주아들은 바로 조금 전까지도 화폐란 공허한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단언하며 상품이야말로 화폐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화폐만이 상품이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세계시장을 뒤덮는다. (ㄱ판, 213; M152)


여기에 달린 각주 100번(ㅂ판, 176 각주 51)에서 "빈곤한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없는 이유는, 부자들이 식량이나 의복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와 노동력은 여전히 종전처럼 갖고 있지만 빈곤한 사람들을 고용할 화폐는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 한 문장이 빠졌다. "하지만 식량이나 의류야말로 한 나라의 참된 부이며, 화폐는 그렇지 않다"(일판 해석)를 추가해야 한다. 


상품생산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은 상품유통을 넘어서게 된다. 화폐는 계약상의 일반적인 상품이 된다. 지대나 조세 등은 현물납부에서 화폐로 납부하는 금납제로 바뀐다. (ㄱ판,215; M154)


지불수단의 유통속도에 관한 법칙을 바탕으로 다음의 주장이 나온다. 즉 그 원인을 불문하고 모든 주기적인 지불에 필요한 지불수단의 양은 지불주기의 길이에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ㄱ, 216; M156)


ㄱ판에는 MEW판 편집자 주가 있고, BF와 MIA에도 비슷한 주가 있다. 日註는 이보다 좀더 길게 다음과 같이 나온다. 


* 여기는 카우츠키판 및 Institute판(1932) 이외의 판본에는 '반비례'로 되어 있고, 전후(戰後)의 러시아어판, 독일어판, 프랑스어판 등 대부분의 판본에서 '정비례'로 고쳐졌다. 마르크스는 지불수단의 통류 속도를 제약하는 사정으로서, 채권자·채무자 관계의 연쇄와 다양한 지불기한 동안의 시간 길이를 들었지만, 이것은 지불기한(만기일)이 된 채무에 대해서 논한 것이다. 따라서 '지불기간의 길이'를 '지불기한과 다음 지불기한 사이의 간격'(주지불 또는 월지불)으로 보면 긴 편이 지불 총액이 커지므로 '정비례'이다. 이에 비해 '지불기간'을 '지불이 이루어지는 기간'(하루 또는 일주일)으로 보면 긴 편이 동일한 화폐가 지불수단으로서 옮겨 다니며 통류하므로 화폐의 필요량은 적어지고 '반비례'가 된다. 마르크스는 여기에서는 '지불기한'에 대해서 논하고 '기간'에 대해서는 한 곳에서만 언급했을 뿐이며, 주기적 지불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모든 지불기간'(주기적인 기한과 기한의 사이)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제2권 제9장 끝에서 이 부분이 다시 인용되는데, 여기서 '반비례'로 보면 모순된 해석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ㄱ판 217, 각주 107(ㅂ판 각주 58) “해마다 4,000만* 파운드스털링의 거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경우”에도 日註가 있다. 


* 페티의 원문에는 '400만'. 페티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총인구의 의식주 등을 위해 연 총지출액을 4000만 파운드스털링으로 하고, 이 운영에 필요한 화폐량을 통류 속도를 고려하여 산정하고 있으며, '400만'의 조달로 충분히 풀어지므로 마르크스의 오기 내지 오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각주 107 중 숫자 오류. "4,000만 파운드스털링의 거래에는 520,000분의 4000 파운드스털링의 화폐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등 2번 나오는 분수는 100만 곱하기 52분의 40으로 고쳐야 한다.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가 발전하면 채무액의 지불기한에 대비하는 화폐축적(Geldakkumulationen)이 필요하게 된다. 독립된 치부형태로서의 화폐축적(Schatzbildung)은 부르주아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소멸하지만, 거꾸로 지불수단의 준비금이라는 형태로서의 화폐축적은 이 진보에 따라 증대한다. (ㄱ판, 217; M156) 


일판을 참고해 보면 첫 문장의 화폐축적과 달리 둘째 문장의 화폐축적은 “화폐축장의 형성”이다. 의미상으로도 그게 더 적절하다. 




(C) 세계화폐


국내 유통영역을 벗어나면 화폐는 원래의 귀금속 형태(地金)로 돌아간다. 국내의 도량표준이나 주화 등은 그 나라 밖에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제복”을 벗고 원래의 상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금과 은이 주화로서 몸에 두르는 [그리고 그것들이 세계시장에 나타날 때는 다시 벗어버리는] 여러 가지 국민적 제복은 상품유통의 국내 [또는 국민적] 영역과 그 일반적인 세계시장 영역이 분리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ㅂ판, 159~60; M139) 


세계시장에서 비로소 화폐는 완전한 범위에 걸쳐 상품으로 기능한다. 즉 자신의 현물형태가 곧바로 추상적 인간노동의 직접적인 사회적 실현형태가 되는 그런 상품으로 기능한다. 여기에서 화폐의 존재방식은 화폐의 이상적인 개념과 그대로 들어맞는다. (ㄱ판, 217; M156)


강조 부분은 “직접적으로 사회적인”으로 고치는 게 더 적절하다. 


세계화폐는 일반적 지불수단(국제수지 결제), 일반적 구매수단(생산물 교환의 균형이 파괴되는 때), 부 일반의 절대적 사회적 체현물(부가 이전되는 경우)로 기능한다. 세계시장에서도 당연히 준비금이 필요한데 이때는 물론 현실적인 화폐상품, 즉 금은이 필요하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그래서 금과 은을 '세계화폐'라고 부른다.


ㄱ판 218, 각주 108, "대개 40~60%의 은을 함유한 독특한 암석"에서 60%가 아니고 90%.


화폐는 국가의 운동을 유연하게 하고 국가에 기근이 생겼을 때 외국에서 식량을 가져오고 갖가지 채무를 결제해줌으로써 …… 사회 전체를 아름답게 만든다. 물론 그것은 화폐를 많이 가진 몇몇 인간에게만 전적으로 해당하는 말이다. (ㄱ판, 221 각주 114; M160)


"사회 전체를 아름답게 만든다"와 "물론 그것은 화폐를 많이 가진 몇몇 인간에게만 전적으로 해당하는 말이다" 사이에 '고 하면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비꼬고 있다'고 추가하면 더 좋았을 듯. 일판은 그렇다.


마지막에 페티의 인상적인 말도 나오고 했으니, 페티에 대해서 좀더... 페티(1623~1687)는 "경제학의 시조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통계학의 창시자"(「제10장 노동일」, ㅂ판, 364). 국민소득회계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수와 산술적인 논증을 제시함으로써" 영국의 부를 계산한 사람(로저 백하우스, 『경제학의 역사』, 109쪽). 하지만 그의 수치는 상당수가 어림짐작이었다고... 


「제1장 상품」 후반부 각주 32(ㄱ판, 145; ㅂ판, 104; M95)에서 "나[마르크스]는 페티 이래로 부르주아 생산관계의 내적 연관을 탐구하는 모든 경제학을 속류경제학과 대립시켜 고전파 경제학이라고 일컫는다"고 할 때 언급한 인물이다. "노동은 소재적 부의 아버지이고 땅은 그 어머니이다"(ㄱ판, 98; M58)라는 말을 남겼다. 또 있다. "만일 국가의 부를 하나의 포고령을 통해 10배로 늘릴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왜 벌써 오래전에 그러한 포고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이상한 일이다"(ㄱ판, 168, 각주 62; M116). 


상품을 이중의 형태의 노동으로 분석하는 것, 사용가치를 현실적 노동 또는 합목적적인 생산 활동으로, 교환가치를 노동시간 또는 동등한 사회적 노동으로 분석하는 것은 영국에서는 윌리엄 페티에서, 프랑스에서는 부아기유베르에서 시작되어 영국에서는 리카도로, 프랑스에서는 시스몽디로 끝나는 고전파 경제학의 1세기 이상에 걸친 연구들의 비판적 최종 성과이다. (『맑스사전』 84,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에서 인용한 부분)


부아기유베르(Pierre Le Pesant de Boisguillebert, 1646~1714)가 여기서도 나온다. 영국에 페티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부아기유베르가 있다. 노동가치론의 원조 격이라고 할 인물들.  





* 다시 정리: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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