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ㅂ판: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


제4장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제1절 자본의 일반적 정식
[ㅂ판: 제4장 자본의 일반공식]


우선 ㄱ판과 ㅂ판의 체제가 다르다. MEW판은 제2편에 속하는 장이 제4장 하나뿐이며 이 장 안에 절 3개가 포함된다. 영어판은 MEW에서 절 3개가 장 3개로 구성되어 제2편을 이룬다. 


상품유통은 자본의 출발점이다. 상품생산과 발달된 상품유통*1[즉 상업]은 자본이 성립하기 위한 역사적 전제이다. 16세기에 세계무역과 세계시장이 형성됨으로써 자본의 근대적 생활사는 시작된다.*2 (ㄱ판, 225; M161) 


*1 초판과 제2판에는 “상품생산, 상품유통 및 발달한 상품유통”으로 되어 있고, 초판에는 그 앞에 “그러므로”가 있다. 

*2 초판과 제2판에는 “자본의 근대적 생활사는 16세기에 근대적 세계상업 및 세계시장의 창출로부터 시작된다”고 되어 있다.


*1에 덧붙이자면 ㅂ판이 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제4장은 이제까지는 나오지 않았던 ‘자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제3장에서 화폐와 상품유통을 다루기는 했지만 ‘자본’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4장은 상품생산과 발달된 상품유통이 자본이 성립하기 위한 역사적 전제조건임을 말하면서 16세기 자본의 “역사”가 시작됨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정작 그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고 곧바로 자본의 정체를 분석해 들어가는 논리적 전개로 이어진다.  


상품유통의 소재적 내용이나 다양한 사용가치들 사이의 교환은 무시한 채 이 과정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형태만을 고찰한다면, 우리는 이 과정의 최종 산물로 화폐를 발견하게 된다. 이 상품유통의 최종 산물은 자본의 최초의 현상형태이다. (ㄱ판, 225; M161)


독어를 몰라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판과 영어판에는 “상품유통의 소재적 내용 다양한 사용가치의 교환”이다. 문맥상으로도 이게 맞는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반드시 처음에는 화폐의 형태로 [다시 말해 화폐재산, 상인자본, 고리대자본의 형태로] 토지재산에 대립한다. 그러나 화폐가 자본의 최초의 현상형태라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자본의 기원(起源)을 회고해 볼 필요는 없다. (ㅂ판, 189; M161)


in the form of money; in the form of monetary wealth, merchants' capital and usurers' capital (BF)


it appears as moneyed wealth, as the capital of the merchant and of the usurer (MIA)


ㅂ판에서는 강조 부분을 세 가지가 대등한 것처럼 나열식으로 옮겼지만 영어판 2개의 원문과 일판과 비교해 볼 때 “화폐재산 상인자본 고리대자본으로서 토지소유[ㄱ판도 같음]에 대립한다”가 맞을 것이다. 


화폐로서의 화폐와 자본으로서의 화폐는 유통형태가 다르다. 상품유통은 W - G - W(ㅂ판: C - M - C)인데, 이것과 구별되는 다른 형태, G - W - G(M - C - M)도 볼 수 있다. 후자의 형태로 유통되는 화폐는 바로 자본이 되는 화폐다. 


한편 100파운드스털링으로 산 목화를 상인이 110파운드스털링에 팔건 아니면 50파운드스털링만 받고 팔아치우건 두 경우 모두 그의 화폐는 하나의 특유한 독자적인 운동을 보이는데, 이 운동은 단순 상품유통에서 화폐가 보이는 운동(…)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운동이다. (ㄱ판, 227; M162)


사소하지만 빠진 게 있다. 강조 부분은 “110파운드스털링에 팔건 100파운드스털링에 팔건 아니면 50파운드스털링~” 정도로 고쳐야 한다. 


W - G - W와 G - W - G을 비교해 보자.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공통점부터 보면, W - G(판매)와 G - W(구매)라는 두 개의 국면으로 나뉘며 이 대립적 국면들의 통일이다. 모두 판매자, 구매자가 있고 계약 당사자는 3명이다. 상품과 화폐라는 물적 요소가 대립한다. 


두 단계 모두 상품과 화폐라는 두 개의 똑같은 물적 요소가 대립하고 있고 또 구매자와 판매자라는 똑같은 경제적 가면을 쓴 두 사람이 대립하고 있다. (ㄱ판, 227; M163)


원문을 보면 “zwei Personen in denselben ökonomischen Charaktermasken”인데 가면을 썼다기보다는 ‘분장을 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미리 요약하자면, W - G - W는 구매를 위한 판매, G - W - G는 판매를 위한 구매다. 판매로 시작해 구매로 끝나는 전자의 최종 목적은 소비와 욕망 충족, 즉 '사용가치'이고, 구매로 시작해 판매로 끝나는 후자의 최종 목적은 화폐, '교환가치'다. 전자에서 화폐는 그냥 소비해버린 화폐, 후자에서 화폐는 선대(투하)된 것으로서 자본이 된다. 전자에서 화폐는 최종적으로 지출된다. 다시 유통의 영역에 가라앉게 된다는 뜻이다. 열심히 ‘땀을 흘리게’ 될, 유통하는(일판 용어로는 통류(通流)하는,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건네지며 원래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는) 화폐다. 그러나 후자의 화폐는 선대(先貸)한 자의 손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또한 종착점에 도착했어도 또다시 출발한다. 그 자리에서 멈추면 더는 자본이 아니게 된다.


유통 W - G - W에서는 최종적으로 화폐가 상품으로 전화하고 이 상품은 사용가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화폐는 결국 지출된다. 이와 반대의 형태인 G - W - G에서는 구매자가 화폐를 지출하는 것이 판매자로서 화폐를 취득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화폐를 유통에 투입하지만, 그것은 그 상품을 팔아서 화폐를 다시 유통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 그러므로 화폐는 단지 선대(先貸)된(vorgeschossen) 것일 뿐이다. (ㄱ판, 228; M163)


화폐가 자본이 되기 위해서는 그냥 최종적으로 써버리면 안 되고 선대(ㅂ판: 투하)되어야 한다. 강조 부분을 ㅂ판에서는 “영원히 써버린 것”이라고 옮겼는데, “영원히”라고 하면 좀 거창하고 문맥과 안 맞는 느낌이고, “결국”이라고 하면 지출되면 안 되는 것이 지출되는 듯한 느낌이다. “최종적으로”가 가장 뜻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이 장부터는 “자본”과 함께 “선대”(ㄱ판)니 “투하”(ㅂ판)니 하는 말도 함께 많이 나오는데, 나 같은 문외한은 사전을 찾아보아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선대(先貸)는 “나중에 치르기로 한 돈의 일부나 전부를 치르기로 한 기일 이전에 꾸어 줌”, 투하(投下)는 “1. 던져 아래로 떨어뜨림. 2. 어떤 일에 물자, 자금, 노력 따위를 들임”이다. 일판에서는 前貸(まえがし, 선불). 여하간 자본론에서는 ‘단순상품유통’(W - G - W)과 ‘자본으로서 화폐유통’(G - W - G)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그 말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화폐액이 다른 화폐액과 구별되는 것은 오로지 그 액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과정 G - W - G도 그 양쪽 끝이 모두 화폐이기 때문에 그 과정의 내용은 이들 양쪽 끝의 질적인 차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적인 차이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유통으로부터 회수되는 화폐는 처음 유통에 투입된 것보다 많게 된다. (…) 그러므로 이 과정의 더욱 정확한 형태는 G - W - G´이고 G´ = G + ΔG, 즉 ‘처음 투하된 화폐액 + 일정 증가분’이 된다. 이 증가분[또는 처음의 가치 이상의 초과분]을 나는 잉여가치(Mehrwert)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처음 투하된 가치는 유통을 통해서 단지 자신을 그대로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 유통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크기를 변화시키고 잉여가치를 덧붙인다. 다시 말해 스스로 가치를 증식한다(verwerten). 그리하여 이 운동은 이 가치를 자본으로 전화시킨다. (ㄱ판, 230~31; M165)   


선대든 투하든 중요한 건 “환류”다. 되돌아오는 게 있어야지 아니면 실패, 하나 마나 한 짓을 한 셈이 된다. 더 정확히는 원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추가로 붙어서 와야 한다. G - W - G가 아니라 G - W - G´(자본의 일반 공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G´ 속에 포함된 G의 증가분, 즉 잉여가치(역시 자본론을 통틀어 이 부분에서 처음 등장하는) 때문에 G는 자본이 된다. 


단순 상품유통 - 구매를 위한 판매 - 은 사용가치의 취득[또는 욕망의 충족]이라는 유통 외부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반면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은 그 자체가 목적(Selbstzweck)인데, 왜냐하면 가치의 증식이 끊임없이 갱신되는 이 운동 내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의 운동은 무한히 계속된다. (ㄱ판, 232; M167) 


제1판 서문에서 마르크스는 자본가를 “경제적 범주들의 인격체”, “특정한 계급관계와 계급이해의 담당자”로 파악한다고 했는데 이제 여기에서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이라 할 만한 부분이 나온다. 


화폐소유자는 이 운동을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담당자로서 자본가가 된다. 그의 몸 또는 그의 주머니가 화폐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다. 그리고 그 유통의 객관적 내용[즉 가치의 증식]이 곧 그의 주관적 목적이다. 자신의 모든 행동의 동기를 단지 추상적인 부를 더 많이 벌어들이는 데 두는 한 그는 자본가로 기능하는 것이며 또한 인격화된 자본으로, 즉 의지와 의식을 부여받은 자본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사용가치는 결코 자본가의 직접적 목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때그때 발생하는 이득 또한 목적이 아니며 다만 이득을 얻기 위한 쉴새없는 운동만이 자본가의 직접적인 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 절대적인 치부의 충동, 그리고 이 열정적인 교환가치의 추구는 자본가에게나 화폐축장자에게나 공통된 것이지만, 화폐축장자가 광적인 자본가에 지나지 않는 데 반해 자본가는 합리적인 화폐축장자이다. (ㄱ판, 233~34; M167~68)


9) “이득을 추구하는 억누를 수 없는 열정, 금을 향한 저주받은 갈망*1이 늘 자본가를 규정한다”(매컬럭, 『경제학 원리』, 런던, 1830, 179쪽). 그러나 매컬럭 자신이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론적 곤경에 빠져서 [예를 들어 과잉생산을 논할 때] 바로 그 자본가를 선량한 한 시민으로 [즉 오로지 사용가치만을 중시하고 장화나 모자, 달걀, 면직물 등 매우 일상적인 사용가치들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굶주림을 보이는*2(일판: 真の人狼的な) 시민으로] 바꿔치기해버릴 때에는 이런 견해가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다. (ㄱ판, 233~34; M168)


*1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제3권, 57행. 

*2 인간은 때때로 이리(늑대)로 변해 이리의 목소리와 야성을 발휘한다고 하는, 고대 유럽 각지에 퍼진 신앙과 전설에서 연유한다.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가 생명활동의 순환과정에서 번갈아 취하는 각각의 현상형태를 고정시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장을 얻을 수 있다. 자본은 화폐이다. 그리고 자본은 상품이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서는 가치가 전체 과정의 주체이며 가치는 이 과정을 통해 화폐와 상품으로 번갈아 형태를 바꾸면서 자신의 크기를 변화시키고 또한 자신의 본래 가치로부터 잉여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를 증식시킨다. 왜냐하면 가치가 잉여가치를 부가하는 운동은 가치 자신의 운동이며 가치의 증식이고 따라서 자기증식이기 때문이다. 가치는 그것이 가치이기 때문에 가치를 낳는다는 신비한 성질이 있다. (ㄱ판, 234~35; M169)


이렇게 가치는 상품과 화폐라는 옷들을 입고 벗고 하면서 자신을 보존하고 확대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출발점과 종점에 있는 것은 화폐이다. 하지만 화폐는 상품형태를 취하지 않고서는 자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화폐는 여기에서 화폐축장의 경우처럼 상품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자본가는 모든 상품이 - 비록 그것이 아무리 초라해 보이고 악취가 난다 해도 - 맹세코 진실에서는 화폐이며 내면적으로는 할례를 받은 유대인*이고 나아가 화폐를 더 많은 화폐로 만드는 기적을 행하는 수단임을 알고 있다. (ㄱ판, 235; M169)


* 진정한 유대인. 영혼에 의한 마음의 할례에 연관된다. 신약성서 로마서 2: 28~29 참조. 


“무릇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표면적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니라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 그 칭찬이 사람에게서가 아니요 다만 하나님에게서니라“ (로마서 2: 28~29)


강조 부분은 “맹세코 틀림없는 화폐”로 고치는 게 좋겠다. ㅂ판에서는 “날 때부터 할례를 받은 유대인”이라고 했는데, BF판에서 by nature(MIA는 inwardly)라고 나오긴 하지만 문맥상 “날 때부터”는 이상하다. 


그리하여 가치는 과정을 진행하는 가치, 과정을 진행하는 화폐가 되며 그럼으로써 자본이 된다. 그것은 유통에서 나왔다가 다시 유통으로 들어가고, 유통 속에서 자기를 유지하고 배가시키고 증대되어서 유통 밖으로 되돌아 나오는 방식으로 동일한 순환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거나 새롭게 시작한다. G - G´, 화폐를 낳는 화폐 - money which begets money,* 이것이 자본에 대한 최초의 통역자인 중상주의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 자본에 대한 묘사이다. (ㄱ판, 236; M170)


*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의, 16~17세기의 “돈은 돈을 낳는다”는 속담에서 비롯되었다. 


ㅂ판에는 “과정 중의 가치, 과정 중의 화폐”, 일판에는 “과정을 계속 진행하는 가치”인데, 여하간 멈추지 않고 계속 운동한다는 말이다. 자본의 운동은 무한히 계속되는 것이다. 


이자를 낳는 자본에서 이루어지는 유통 G - W - G´는 단축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에서는 중간과정 없이 이른바 간결체 형태인 G - G´로 나타난다. (ㄱ판, 236; M170)


“이루어지는”은 그냥 빼는 게 낫다. 괜히 의미상 혼동을 줄 뿐이다. 




(2013. 10. 13 다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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